시편 제36편 강해: 의인과 악인의 종말

시편 제36편 강해.hwp

시편 제36편 강해: 의인과 악인의 종말

 

 

본 시는 다윗이 그 백성 이스라엘을 노래한 지혜 시로 분류가 됩니다. 다윗 언약(Davidic Covenant, 삼하 7:8-16)에 의하여 선민 이스라엘 신정 왕국 위에 유일하고도 영원한 왕가의 첫 왕으로 세움을 받았던 다윗이 백성의 정치적 통치자로서의 지위를 넘어서 영적 지도자의 입장에서 백성들을 계도하기 위한 쓴 시입니다. 제36, 37편 두 편은 동일 주제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인생 전반에 대한 지혜의 근거를 구속사 사상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모든 구약 지혜 문학과 일맥상통한다고 하겠습니다. 백성에게 그 바른 삶의 궁극적 자세를 교훈함에 있어서 여호와 하나님은 역사와 우주의 창조자요 주권자이므로 그 분에 대한 자세 여부가 선과 악의 기준이라는 도덕론 또는 인식론은 물론 여호와께 대한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인 인간의 자세가 전 인격의 영원한 복과 영원 벌을 결정하는 유일 절대의 기준이라는 구속사 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이 시는 시편 제1편과 그 세부 내용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근본 사상에서는 일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1편이 의인과 악인의 상반된 삶의 자세와 상반된 운명을 객관적 입장에서 대조시키고 있는 반면에, 본 시는 인본주의적 착각에 빠진 죄인들의 근시안적 교만과 무도함을 절대 초월자시며 창조자로서 인생은 물론 전 우주에 대하여 주권을 가지신 여호와의 능력과 대조시킴으로서 일단 악인들의 부당성과 어리석음과 더 나아가 사악함을 더욱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본 시는 의인과 악인을 대조시키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악인의 죄와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대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종말론적 미래에 대해서만 의인과 악인을 대조시킴으로써, 악인의 현재의 신앙과 그 미래의 실상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인에 대하여서는 여호와 앞에서 자신의 삶은 어떠한 가에 대하여 돌아볼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1-4절은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자들의 행악의 실상에 대한 언급으로 그들의 행악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경외치 않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9절은 생명과 복락의 근원이신 여호와의 인자하심과 성실하심을 의뢰하는 의인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풍성한 복에 대하여 묘사하고 있습니다. 10-12절에서는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하나님의 공의의 보응으로 주를 경외하는 자에게는 복을, 악인에게는 비참한 파멸을 간구하고 있습니다.

 

1: 악인의 죄얼이 내 마음에 이르기를 그 목전에는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다하니

‘악인이 그의 마음속에 있는 악에게 스스로 말하기를 하나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하도다.’라는 뜻입니다. 공동번역에서는 ‘악한 자의 귀에는 죄의 속삭임뿐 하나님 두려운 생각은 염두에도 없다.’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죄얼(페솨: פשׁע)’은 ‘반역죄’를 뜻합니다. 결국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단순히 하나님을 섬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생과 역사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아니하며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임을 나타낸 것입니다.

 

2: 저가 스스로 자긍하기를 자기 죄악이 드러나지 아니하고 미워함을 받지도 아니하리라 함이로다.

‘자긍하다(할라크: חלק)’는 ‘매끄럽게 하다’는 말로서 ‘아첨하는 행위’나 ‘위선적인 행위’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악인들이 자신들의 악행에 대하여 스스로 정당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악행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가운데 계속적으로 죄를 짓는 위선 행위를 뜻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저들이 은밀히 행하는 죄악까지도 다 지켜보고 계시니 하나님의 최후 심판 날에 저들이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을 면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전 12:14; 롬 2:16).

 

3: 그 입의 말은 죄악과 궤휼이라 지혜와 선행을 그쳤도다.

성경에서 말하는 참 지혜란 하나님을 알며 그를 경외하는 것입니다(시 111:10;잠 9:10). 그리고 선행이란 단순히 도덕적, 윤리적 착한 행실을 힘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순복하여 사는 삶을 힘쓰는 것입니다. 따라서 악인들이 지혜와 선행을 그쳤다 함은 그들이 하나님을 경외하거나 그 뜻에 순복하지 아니하며 자신의 죄악에 물든 성향을 좇아 제 마음대로 사는 상태에 있음을 뜻합니다. 이는 결국 신본주의적 인생관하는 전혀 대조적인 인본주의적이며 세속주의적 인생관을 소유한 자들의 악행을 고발한 것입니다.

 

4: 저는 그 침상에서 죄악을 꾀하며 스스로 불선한 길에 서고 악을 싫어하지 아니 하는도다.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하여 편안히 쉬어야 하는 침상에서조차 악을 도모하는 악인의 악에 대한 집요한 모습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잠 4:16;미 2:1) ‘스스로 불선한 길에 서고’ 이는 ‘ㅈ신을 불선한 길에 두었다.’는 뜻으로 어쩌다가 실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또한 상습적으로 악한 삶의 길을 선택한 것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악인들의 과감한 범행은 결국 여호와를 경외하지 않으며, 그분의 공의의 심판을 믿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5: 여호와여 주의 인자하심이 하늘에 있고 주의 성실하심이 공중에 사무쳤으며

6절의 악인들의 사악함과 대조되는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신실하심과 의로우심 등을 하늘과 바다와 산 등에 비유하여 그 크고도 넓으심 곧 무한하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주의 인자하심이 하늘에 있다.’는 말은 인생과 피조물들을 특히 하나님의 택한 백성들을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하늘과 같이 또는 하늘에 닿을 만큼 무한하고도 지극히 높음을 뜻합니다. ‘주의 성실하심이 공중에 사무쳤으며’ 하나님의 성실하심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택한 백성과 맺은 언약을 온전히 지키심을 뜻합니다. 이는 또한 하나님께서 악인과는 달리 거짓됨이 없으시사 하시는 말씀에 대해 식언치 아니하시고 반드시 실행하심을 뜻합니다(민 23:19). 따라서 하나님의 성실하심이 공중에 사무쳤다는 것은 곧 성실하심의 크기와 정도에 있어서 무한함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6: 주의 의는 하나님의 산들과 같고 주의 판단은 큰 바다와 일반이라 여호와여 주는 사람과 짐승을 보호하시나이다.

‘주의 의’는 하나님의 공평하심과 공의로우신 성품입니다. ‘하나님의 산’은 히브리인들의 문학적 표현으로 ‘불변성’의 의미로 하나님의 의가 태산과 같이 불변하시고 위대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주의 판단은 큰 바다와 일반이라.’ 주의 판단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다스리시며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경륜을 말합니다. 그리고 ‘큰 바다(테흠: תהום)’은 문자적으로 ‘깊은’이란 말로서 ‘심연’ 혹은 ‘깊은 바다’를 뜻합니다. 인간이 깊은 바다 속을 완전히 헤아릴 수 없듯이 천지만물을 하나님의 뜻대로 주관하시는 섭리의 깊이 그 오묘함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결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임을 말합니다.

 

7: 하나님이여 주의 인자하심이 어찌 그리 보배로우신지요. 인생이 주의 날개 그늘 아래 피하나이다.

택한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극지하신 사랑을 ‘어미 새가 그 새끼를 날개 아래 품어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키우는 사랑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하나님만이 저를 믿는 자들의 가장 안전하며 절대적인 보호자가 되심을 시각적으로 잘 형상화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8: 저희가 주의 집의 살진 것으로 풍족할 것이라 주께서 주의 복락의 강수로 마시우시리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주의 집’은 대개 인간 가운데 거하시는 하나님께서 임재하셔서 인간과 만나주심을 상징하는 처소인 ‘성소(sanctuary)를 가리킵니다. 모세 당시의 성막(tabernacle)과 이스라엘 왕국 시대의 성전(temple)이 바로 그것인데 오늘날에는 ’교회(church)’가 이에 해당합니다. 여기에서 ‘주의 집’이란 단순히 하나님이 거하시는 하늘 처소와 각양 좋은 것으로 쌓아 두고 계시는 천국의 보물 창고를 염두에 둔 표현입니다. 그리고 ‘살찐 것’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택한 백성에게 주시는 풍성한 영적인 복과(사 55:2)과 물질적 복(시 65:11) 모두를 상징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자신의 모든 삶을 당신에게 의탁하고 신뢰하는 자에게 그의 자녀를 위해 미리 마련해 두신 풍성한 복을 주실 것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복락의 강수’(나할 아덴: נחל עדן)은 문자적으로 ‘에덴의 강’이란 뜻입니다. ‘강수’는 하나님께서 내려주시는 풍성한 은총과 다함이 없는 영원한 복을 상징합니다(렘 31:12). 따라서 본 절은 태초에 에덴 동산의 네 강들이 하나의 근원에서 발원하여 에덴 동산의 땅을 기름지게 했듯이(창 2:10-14),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자들은 생명의 절대자이시며 행복의 근원이신 하나님의 복을 영원히 누릴 것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9: 대저 생명의 원천이 주께 있사오니 주의 광명중에 우리가 광명을 보리이다.

‘생명의 원천이 주께 있사오니’ 이는 8절의 의미를 잘 설명해 주는 말로서 하나님께서 모든 생명의 궁극적인 원천이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하나님께서 모든 생명체의 생명을 주장하시는 분이실 뿐 아니라 죄로 말미암아 영원한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는 죄인들을 구원하시는 영적 생명의 수여자이심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주의 광명’은 택한 백성에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과 사랑입니다. ‘광명’은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으로 말미암아 누리게 되는 ‘영원한 삶’입니다. 시인은 참된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과 사랑만이 인간들로 하여금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노래한 것입니다.

 

10: 주를 아는 자에게 주의 인자하심을 계속하시며 마음이 정직한 자에게 주의 의를 베푸소서

‘주를 아는 자’는 전심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의 말씀에 순복하고 또한 절대적으로 그 분을 의지하는 자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러한 경건한 백성들과 맺으신 언약에 입각해 계속해서 언약에서 규정한바 영생의 복을 주시기를 간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11: 교만한 자의 발이 내게 미치지 못하게 하시며 악인의 손이 나를 쫓아내지 못하게 하소서

‘교만한 자’와 ‘악인’은 동의어로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부인하며 하나님의 공의로우심을 무시하고 자기의 뜻대로 행동하는 자입니다. 이는 좁은 의미에서 당시 다윗을 대적하는 사울이나 그 추종 세력들을 가리킵니다. ‘교만한 자의 발’은 고대에 정복자가 피정복자들의 목에 발을 얹어 그들을 밟던 관습이나 자신들의 비위를 거스르는 자들을 발로 차는 악인들의 악한 행위에서 따온 은유적 표현입니다. ‘악인의 손’은 의인들을 무고하게 행하려 하는 계교나 적대 행위와 무력 등을 의미합니다. 다윗은 그 같은 대적들의 위협에서부터 자신을 구원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12: 죄악을 행하는 자가 거기 넘어졌으니 엎드러지고 다시 일어날 수 없으리이다.

어떤 사람들은 ‘시인이 일종의 급작스런 환상에서 본 악인의 멸망을 묘사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문맥을 살펴볼 때에 자신의 기도가 반드시 응답되어 원수가 패망하고 멸망할 것을 확신한 시인이 자신의 확신을 기정사실화하여 표현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거기(삼: שׂם)’는 문자적으로는 그 장소에’라는 뜻이나 여기에서는 어느 특정한 곳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악인이 처해 있는 상황을 가리키는 불특정 지시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인은 발부리에 돌이 걸려 넘어지는 자마다 그 자리에서 넘어지듯 악인 또한 그 행한 죄악으로 인해 언젠가는 그 처해 있는 위치에서 하나님의 공의의 심판을 당하게 될 것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의인과 대조되는 악인의 결국입니다. 즉 의인은 비록 이 세상 사는 동안 때로 넘어지기도 하고 불의한 핍박을 당하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권념 덕분에 궁극적 형통함을 누리게 됩니다(8, 9절). 그러나 악인은 이 세상 사는 동안 일시적으로 형통하는 것 같아도 결국에는 하나님의 공의의 심판을 당해 영원한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실로 악인들에게 그 행악하는 것을 벗어 버리고 진정으로 살 길을 찾도록 교훈하는 내용이 아닐 수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시편 제36편 강해.hwp

0.03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