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제13장 가나안 정탐
이제 가나안의 남부 경계선이요 시내 반도 북쪽 가데스 바네아에 도착한 이스라엘은 본격적인 전쟁 준비를 하기 위하여 12명의 정탐꾼을 파견하게 됩니다. 이들은 정복할 땅의 지형, 가나안 족속의 규모 및 군대 상황, 농사의 현황 등을 탐지하게 됩니다. 파견된 정탐꾼들은 40일간의 정탐을 마치고 돌아와서 한결같이 가나안 땅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일치된 보고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땅을 정복하는 것에는 10:2로 갈리게 되었습니다. 즉 인간의 눈으로 보느냐, 신앙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지게 되고, 이 보고에 따라 백성들은 격한 반응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1-16절은 정탐꾼들의 선발입니다. 가나안을 탐지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12명의 정탐꾼들이 선발이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백성들이 얼마나 불신앙적인가를 알고 계시지만, 가나안 땅을 탐지하면 그 땅이 정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약속의 땅에 대한 소망을 굳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배려를 하신 것입니다.
1,2: 사람을 보내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는 가나안 땅을 탐지하게 하되~
본 절을 보게 되면 하나님께서 친히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땅을 탐지하도록 말씀을 하시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신명기 1:1-23을 보면 의심 많은 백성들의 청원에 못 이겨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이곳에서는 정탐이 시작되기까지의 제반 과정이 생략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즉각 가나안을 정복하라.’고 하셨습니다(신 1:21). 그러나 백성들은 먼저 정탐하기를 원했습니다. 즉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출 3:8,10). 그리고 탐지한다는 말에는 장사, 사업, 정탐을 위해 미리 알아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각 지파의 족장을 1사람씩 모두 12명을 선발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탐자의 명단(13:4-25)과 족장들의 명단(1:3;7:12)이 전혀 일치하지 않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마도 정탐 시일이 40일이나 되는 것과, 노령인 족장들로서는 신체적 약점 때문에 그 임무를 소화할 수 없으므로, 족장들이 추천한 젊고 건강한 청장년층으로 대체되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3: 모세가 여호와의 명을 좇아 바란 광야에서 그들을 보내었으니~
이스라엘이 머무르고 있는 곳은 바란 광야이며 그 중에 한 곳인 '가데스 바네아‘를 말합니다.
4-15 절은 정탐꾼으로 선발된 각 지파의 명단입니다.
르우벤에서는 삼무아, 시므온에서는 사밧, 유다에서는 갈렙, 잇사갈에서는 이갈, 에브라임에서는 호세아(여호수아), 베냐민에서는 발디, 스불론에서는 갓디엘, 요셉에서는 갓디, 단에서는 암미엘, 아셀에서는 스둘, 납달리에서는 나비, 갓에서는 그우엘입니다.
16: 호세아를 여호수아라 칭하였더라.
에브라임 지파 눈의 아들 호세아는 모세가 ‘여호수아’로 이름을 바꾸어서 불렀습니다. ‘호세아’는 ‘구원’, ‘구원자’라는 뜻입니다. 모세는 그 앞에 ‘야훼’의 생략형인 ‘예’를 덧붙여서 ‘여호수아’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해 준 것입니다. 그 이름의 뜻은 ‘여호와는 구원자이시다.’입니다. 이는 호세아가 가나안 정복의 중임을 완수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세가 이름을 바꾸기는 했지만 실제는 하나님께서 바꿔 주셨습니다. (출 4:6; 수 6:3)
17-24절은 가나안 정탐 활동의 내용입니다. 가나안 거민의 강야과 다소, 땅의 호불호, 성읍이 진영인지 산성인지의 여부, 토지의 상태, 수목의 유무에 대해서 상세하게 탐지하고 돌아오라고 하였습니다.
17: 남방길과 산지
여기서 남방 길은 단순히 남쪽 지역이 아니라, ‘네게브’ 즉 습기나 물기가 없다는 단어에서 파생되어, 남으로는 가데스에서 헤브론까지, 서로는 사해에서 지중해까지의 과활한 초원대, 즉 나무가 자라지 않은 초원 지대를 특정적으로 일컫는 고유 명사입니다. (창 20장 ‘남방’) ‘산지’는 팔레스타인의 중앙 지대를 이르며 레바논까지 뻗어 있는 산맥들을 가리킵니다. 즉 한부분만 관찰하지 말고 전지역을 모두 샅샅히 정탐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18: 그 땅 거민의 강약과 다소
가나안 원주민의 군사력을 파악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두려워하거나 주저함이 없이 가나안 땅을 정복하라는 명령을 내리신 적이 있습니다(신 1:21). 그럼에도 모세가 가나안의 군사력을 탐지하라고 한 것은 상대방을 잘아야 이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지 못했다고 하는 점에서는 과실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19: 땅의 好不好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땅’은 가장 큰 재산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모세는 가나안이 과연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지를 제일 먼저 확인해 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땅에 관한 정탐 명령은 그가 지도자로서 가나안 정복 후 백성들로부터 원성을 듣지나 않을까 염려한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군사력 정탐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20: 토지의 후박과 수목의 유무니라.
‘후박’은 두꺼움과 얇음을 말하지만 ‘비옥함과 척박함’을 의미합니다. 땅이 농경과 목축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정탐꾼을 파견한 시기는 ‘포도가 처음 익을 즈음’이라고 하였으므로, 팔레스탄인의 포도 수확기는 7월 말부터 10월 초까지입니다. 따라서 정탐을 시작한 때가 7월 말임을 알 수 있고, 정탐을 끝낸 때는 9월 초임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21: 신 광야에서 하맛 여귀 르흡에 이르고
신 광야는 이스라엘 백성이 진을 치고 있던 가나안의 최남단 ‘가데스 바네아’를 가리키며, 하맛 어귀 르홉은 가나안의 최북단을 가리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지경을 신 광야에서 르홉까지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정탐꾼들이 가나안 지역을 샅샅히 염탐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2: 또 남방으로 올라가서 헤브론에 이르렀으니~
헤브론은 가나안의 고대 도시의 이름입니다. 애굽의 소안은 바로가 거주하는 도시입니다. 헤브론이 소안보다 7년 전에 세워졌다고 하였습니다. 헤브론을 중심으로 ‘아낙 자손’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아나 킴’ 거인족입니다(신 2:10; 수 15:12). ‘아히만과 세새와 달매’는 아낙 자손의 대표자로서 아낙 자손 전체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23: 에스골 골짜기
‘포도송이의 골짜기’라는 뜻으로 헤브론에서 북서쪽으로 5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곳은 포도 등 과일 농사가 번성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포도를 한 송이 잘라서 둘이 메었다고 하였습니다. 얼마큼 큰 포도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상당히 크다는 것과, 둘이 들었다는 것은 손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보여집니다. 에스골 골짜기는 이곳을 통치하며 살았던 아브라함의 동맹자 ‘에스골’ 족장의 이름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여집니다(창 14:13, 24). ‘에스골 골짜기’라는 말은 ‘풍성한 포도송이’를 보고 기름진 가나안 땅에 대한 정탐꾼들의 놀라움과 기쁨을 반영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5-33절은 정탐꾼들이 돌아와서 보고를 한 내용입니다. 12명 중에서 10명은 정복이 불가능하다고 보고를 하였으나 2명만 즉 여호수아와 갈렙은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보고를 하였습니다.
25: 사십 일 동안에 땅을 탐지하기를 마치고 돌아와
신 광야에서 르홉까지 직선거리로는 약 160km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별히 선발된 정탐꾼들의 걸음으로는 왕복 2주일이면 충분히 정탐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일간이나 걸린 것은 그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염탐을 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26: 그들에게 회복하고 그 땅 실과를 보이고
정탐꾼들이 돌아와서 모세와 아론과 족장들과 온 백성들 앞에서 모든 것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스골 골짜기에서 가져온 포도송이를 보이는 것입니다.
27: 젖과 꿀이 그 땅에 흐르고
가나안 땅이 비옥한 곳임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여호와께서 사용하신 말씀입니다(출 3:8). 정탐꾼들은 정탐을 통하여 하나님의 말씀이 조금도 틀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28: 그러나 그 땅 거민은 강하고 성읍은 견고하고 심히 클 뿐 아니라 거기서 아낙 자손을 보았으며.
땅이 비옥하지만 그곳은 아낙자손이 살고 있다는 것은 이미 가나안 정복을 할 수가 없다는 부정적인 보고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즉 믿음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도 신앙이 현재 상태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29: 아말렉인은 남방 땅에 거하고 헷인과 여부스인과 아모리인은 산지에 거하고 가나안인은 해변과 요단 가에 거하더이다.
아말렉인은 에서의 자손으로(창 36:12) 광야를 배회하는 집단을 형성하여 ‘네게브’을 포함한 유대와 애굽 사이의 전역에 걸쳐서 살았습니다. 이들은 가나안 족속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가나안 인은 해변과 요단에 거한다는 것은 원주민들 중에서 특별히 ‘베니게인’들을 일컫고 있습니다(창 10;15). 그들은 함의 자손들로서 가나안 북쪽 해안 지대와 요단 간에 분산하여 살고 있었습니다.
30: 갈렙이 모세 앞에서 백성을 안돈시켜 가로되 우리가 곧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여 능히 이기리라 하나.
안도시킨다는 것은 종용하다, 달래다는 뜻으로, 어수선한 것ㅇㄹ 정돈한다는 말입니다. 열 명의 정탐꾼들의 부정적 견해를 듣고 소란에 빠진 백성들을 갈렙이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달래어 조용히 시켰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갈렙 혼자 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여호수아와 함께 한 말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교인으로 등록된 자는 많지만, 하나님께서 기뻐하는 진실한 성도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의인의 수가 소수에 불과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시고 완성시키실 것입니다.
31: 우리는 능히 올라가서 그 백성을 치지 못하리라 그들은 우리보다 강하니라 하고.
여호수아와 갈렙은 제외한 열 명의 정탐꾼들은 절대로 이길 수 없으니 가지 말자고 합니다. 그들은 육체적으로 장대하였고, 성으로 쌓여 있어서 점령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32: 우리가 두루 다니며 탐지한 땅은 그 거민을 삼키는 땅이요~
10명의 정탐꾼들은 이제 전쟁을 반대하기 위하여 가나안 땅을 악평하고 있습니다. 가나안에 대하여 과장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아낙 자손을 보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건장하고 키가 크기 때문에 싸움에서 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33: 네피림.
창 6:1-4에는 ‘네피림’이 초인적인 힘을 가진 ‘거인족’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들 자손들이 가나안의 원주민으로 정착하엿으며 거주지역에 따라 ‘아낙의 자손’ ‘느빌림’, ‘에밈’, ‘삼무밈’, ‘르바임’ 등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신 2:10; 수 11:21). 이에 관하여 B.C. 15세기의 ‘우가리트’의 문헌들은 네피림 족속들이 신화적인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철기 문화를 소유한 거인족들이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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