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제15장 강해 제사와 안식일 규례
본장에서 가나안으로 진군과 입성을 앞두고 정탐하고, 백성들의 반역 기사가 나온 다음 갑자기 제사의 규례들과 안식일의 규례가 나오는 것을 볼 때에 앞뒤의 연결이 잘 되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까지의 숨 가쁜 일련의 사건들을 일단락 짓고 다른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하여 삽입한 성격이 강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장부터는 38년이 지난 후의 내용으로 계속 전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38년이 지나 출애굽 1세대들이 거의 죽었고, 이제 2세대들이 가나안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들 교육시키는 측면도 있습니다.
1-21절은 여러 제사의 규례입니다. 제사에 사용되는 제물의 분량, 타국인에 대한 제사의 규례, 첫 열매의 제사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습니다.
1,2: 너희가 내가 주어 거하게 할 땅에 들어가서
1차 인구조사 당시 20세 이상 된 백성들은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던 점을 미루어 볼 때(14:32,33), 본 절은 출애굽 2세대를 향하여 하나님께서 선포하신 소망과 격려를 주시는 메시지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가나안에 들어가는 것을 사실화하여 말씀을 하십니다.
3: 여호와께 화제나 번제나 서원을 갚는 제나 낙헌제나 정한 절기제에 소나 양으로~
화제는 희생제물을 불로 태워드리는 제사로, 특히 매일 2번 드려지는 번제와 소제를 지칭합니다. 서원제는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거나 도움을 받았을 때 그에 대한 보답으로 헌물이나 헌신을 서약하는 제사로서 자발적인 의지를 전제로 합니다(신 23:22). 낙헌제는 삶의 정황에 관계없이 하나님의 섭리에 기뻐하며 자발적으로 드리는 감사 제사입니다. 절기제로는 월삭에 드리는 제사, 유월절(1월 14), 맥추절(오순절), 수장절(7월 15일)의 3대 절기에 드리는 제사가 있습니다. 7월1일에는 나팔절, 7월 10일은 대속죄일입니다.
4: 에바: 광주리라는 뜻이며 고체의 부피를 측정하는 단위로 22리터, 즉 12되에 해당됩니다(출 16:36). 힌: 작은 항아리를 의미하는 애굽어에서 나왔는데, 액체의 부피를 측정하는 단위로 약 3.7리터로 2되에 해당이 됩니다. 소제는 화목제나 번제를 드릴 때 함께 드리는 제사이며, 해마다 정해진 절기에 하나님께 곡식을 추가해서 드리라는 명령이 전에는 없었는데(레 2장) 출29:40,41에 나타난 상번제의 희생제에 있어서는 법률에 따라 행해졌습니다(레 23:18).
5: 전제: 레위 법률에서는 항상 전제(奠祭)와 소제가 동시에 언급되고 있습니다. 전제는 화제 위에 포도주 또는 독주를 부어드리는 제의로서 하나님께 완전한 만족을 드린다는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6: 고운가루: ‘채로 치다’ ‘추려내다’는 뜻으로, 참밀(소맥) 껍질을 벗긴 후 식용으로 쓸 때보다 더욱 곱게 빻은 가루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 정성을 표하기 위한 것이므로, 성도들이 드리는 예물에 순수한 정성이 담겨 있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7: 포도주: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술(창 27:25; 대상 9:29)입니다. 포도주는 단순히 음주용으로만 쓰인 것이 아니라(시 104:15; 전 10:19), 소독용, 음료용, 제의용, 약용 등도 있습니다(마 27:48; 눅 2:14; 딤전 5:23). 포도주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필요불가결한 것이지만, 그 악영향도 간과할 수가 없기 때문에 폭음은 경고되었고(잠 20:1; 21:7) 제사장에게는 집무 중 금주해야 한다는 명령이 주어졋고(레 10:9), 나실인과 레갑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금욕 생활을 위해 금주규례가 주어졌습니다(6:3,4; 렘 35:2-10).
8: 화목제: ‘화해하다, 보답하다, 화친하다’는 뜻인 ‘살롬’에서 나온 말로 ‘세렘’이라고 합니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 올바른 관계가 형성되기를 기원하면서 드리던 제사입니다. 화목제에는 감사제, 서원제, 낙헌제 등이 있습니다.
9: 소제: 곱게 빻은 밀가루를 누룩 없이 기름에 발라 구운 떡을 소금과 유향과 함께 하나님께 바치는 것입니다. 이것은 ‘선물’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행위의 거룩함을 상징하는 소제는 생명의 원천이신 여호와께 온 삶을 보헌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10: 화제: ‘불 피우다, 태우다’는 뜻에서 나왔으며, 희생제물을 불에 태워드리는 제사입니다. 화제는 제사의 한 종류가 아니라 요제, 거제 등과 마찬가지로 제사의 한 방법입니다.
11,12: 각기 수효에 맞게 하라
소제와 전제의 양은 각 제사의 규모, 즉 제물의 양과 그 가치에 따라 정해집니다. 어린양, 어린 염소일 경우에는 전제로 포도주 1/4힌, 소제로는 고운가루 1/10에바, 기름 1/4힌을 드리고, 수양일 경우에는 전제로 1/3힌, 소제로 2/10에바, 1/3힌을 드리고, 수송아지일 때는 전제로 포도주 1/2힌, 소제로 고운가루 3/10에바, 기름 1/2힌을 드립니다.
14: 너희 중에 우거하는 타국인이나 너희 중에 대대로 잇는 자가 누구든지~
우거라는 말은 남의 집에 임시로 사는 것입니다. 즉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착 후에 이스라엘에 귀화하지 않은 채 임시로 체류하는 외국인들입니다. 대대로 있는 자는 이스라엘에 귀화하지 않고 장기간 이스라엘과 동행하면서 그 문화와 종교에 동화된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마찬가지로 한 신앙공동체의 소속으로 여호와께 동일한 제사를 드리도록 했습니다.
19: 그 땅의 양식을 먹을 때에 여호와께 거제를 드리되
나중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들어가서 그 땅에서 나는 식물이 양식이 될 때를 말합니다. 이스라엘은 여리고 성 점령 직전에 가나안의 양식을 먹었는지만, 여기에서는 완전 정복이 되었을 때를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20: 가루 떡: 거제로 드려진 떡입니다. 밀가루를 가용한다는 점에서 소제와 같지만, 여기에서는 엉성하게 빻았다는 점에서 소제와 엄격이 구별됩니다. 이는 한 해 동안 양식을 주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의 표시로 사용됩니다(출 29:27,28; 레 7:14,32). ‘타작 마당의 거제같이’ 타작한 마당에서 맨 먼저 거두어들인 이삭이나 곡식을 하나님께 바치는 것 같이 첫 곡식으로 떡을 만들어 같은 방법으로 하나님께 거제로 드리라는 뜻입니다. 거제의 뜻 치켜 올리다, 떠받들다는 뜻이므로 제물을 높이 들어 올렸다가 다시 내려놓는 제사입니다. 하나님께 바친 제물을 제사장이 다시 되돌려 받는다는데서 유래하였습니다.
22-31절은 속죄제의 규례입니다. 이스라엘 회중이나 개인이 부지중에 범한 죄를 속하는 제사에 관한 언급입니다. 회중 전체가 그릇 행했을 때(22-26), 개인이 범죄했을 때(27-29) 드리는 제사규례입니다.
22: 그릇 범죄하여 - 부지불식간에 실수하였을 때에,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어떤 목적이 없이 저지른 우발적 범죄를 말합니다. 이런 범죄로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에 드리는 제사로서, 회중이 범죄하였을 때에는 수송아지 하나를 화제로 드리고 규례대로 소제와 전제를 드리고 수염소 하나를 속죄제로 드리게 됩니다.
27: 만일 한 사람이 그릇 범죄하거든 일 년 된 암염소로 속죄제를 드릴 것이요.
개인적인 범죄로 인하여는 원칙적으로 암염소를 제물로 드려야 하지만, 형편이 어려울 때에는 산비둘기나 집비둘기 새끼 혹은 고루 가루로 대체할 수가 있었습니다(레 5:7-13).
이런 범죄는 이스라엘 백성이나 외국인들도 동일하게 적용이 되고, 반드시 제사장이 제사를 드려야만 사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대속을 예표하는 것입니다.
30: 본토 소생이든지 타국인이든지 무릇 짐짓 무엇을 행하면 여호와를 훼방하는 자니~
‘짐짓’ 고자세로, 교만한 태도로 즉 의도적으로 하나님께 거역하는 죄를 저지를 경우에는 그 어떠한 속죄제로도 용서를 받을 수 없습니다(마 12:31, 32), 그 어떠한 형벌로도 부족하다고 했습니다(요일 5:16). 이것은 성령 훼방죄요, 신성모독죄입니다. 이들은 이스라엘 공동체에서의 축출을 의미하므로 천국에서 제외되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32-36절은 안식일 규례입니다. 안식일을 의도적으로 범한 자를 사형에 처하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32: 이스라엘 자손이 광야에 거할 때에 안식일에 어떤 사람이 나무하는 것을 발견한지라.
광야 40년 생활 기간 중 어느 때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안식일에 노동을 하지 말라는 규례(출 35:1-3)를 받은 후에 그 규례를 무시하고 노동을 하였기 때문에 이것은 고범죄로 그에 합당한 형벌을 받아야만 합니다. 레위기 20:2; 여호수아 7:25을 보면 이들은 ‘돌로 쳐 죽이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모두 다 이 규정을 알고 있었지만, 34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어떻게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기 위해 감금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진 밖으로 끌어내서 돌로 쳐 죽이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들에게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징계를 받게 되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37-41절은 옷 단 귀에 단 술에 대한 규례입니다.
38: 옷단 귀: 날개 모양의 부분 위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겉옷은 어깨에 걸쳐 입어 몸에 걸치는 외투로서 네 모서리가 떨어져 있고 각 모서리 위에 술을 달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몸을 가리는 데도 사용이 되었습니다. ‘술’은 ‘개화하다’는 뜻에서 나와서 소맷부리에 꽃모양으로 장식한 것을 가리킵니다(출 28:33). 술을 달도록 한 것은 ‘연상 교육’의 일환으로 매일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렘 48:9; 겔 8:3). 그리고 그 술에 청색 끈을 더하도록 했습니다. 파란 색은 하나님의 영광을 상징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속한 백성임을 나타내며 그에 합당한 자세로 살아가야할 것을 의미합니다.
39: 방종: 여기에서는 ‘통간’, ‘행음’을 뜻하며 육체적인 노예가 된 것을 일컫고 있습니다. 마음은 인격의 중심을, 눈은 감각의 중추를 이룹니다. 따라서 마음과 눈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서, 선용될 경우 그 사람에게 도덕적, 영적 확신을 심어주지만, 악용하면 그 사람을 파탄으로 이끌어가는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40: 그리하면 너희가 나의 모든 계명을 기억하고 준행하여 너희의 하나님 앞에 거룩하리라.
물론 하나님 앞에서 율법 준수를 통해 거룩해질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가운데 하나님께로부터 의롭다 인침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레 11:44, 45). 이 원리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이 됩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일상 생활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준수하려고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거룩함을 조금씩 쌓아가게 되는 것입니다(골 3:5-10).
41: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하여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니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과 무관한 존재가 아니라 그들의 삶과 역사에 적극 개입하시는 분이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최대 염원인 자유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출애굽을 직접 주도하셨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서 살아 역사하신 바로 그 하나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들의 삶 속에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작업을 직접 추진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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