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제7장 강해 - 재앙의 시작
본 장은 1-7절은 6장의 연결부분으로 여호와께서 다시 한 번 모세에게 소명을 부여하시는 내용이며, 8-13절은 모세와 바로의 두 번째 대면의 내용입니다. 14-25절은 첫 번째 재앙으로 피 재앙의 기사로 드디어 하나님의 구속사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1-13: 모세는 바로와의 첫 만남에서 바로의 강력한 반발로 인하여 백성들이 고역만 심해지는 결과가 나타나자 매우 낙심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로의 상한 마음을 위로하시고 새로운 담력과 소망을 주셨습니다. 모세는 용기를 얻어 다시 바로 앞에 서서 이적을 행함으로써 여호와의 거부할 수 없는 출애굽 명령을 바로에게 선포하게 됩니다.
1,2: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볼지어다. 내가 너로 바로에게 신이 되게 하였은즉 네 형 아론은 네 대언자가 되리니, 내가 네게 명한 바를 너는 네 형 아론에게 말하고 그는 바로에게 말하여 그로 이스라엘 자손을 그 땅에서 보내게 할지니라.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바로에게 있어서 ‘신’이 되게 하신다는 말씀은 모세가 바로의 우상이 된다거나 하나님과 같은 신적인 위치에 오른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로서(요 10:35), 바로를 지배할 수 있는 신적인 권세와 능력을 하나님으로부터 부여 받았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바로는 애굽의 신과 같은 존재로 군림하고 있지만, 하나님의 권세를 위임받은 모세에게 굴복하게 될 것임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대언자’(나비:נביא)는 예언자, 선지자를 말하는데, 아론이 모세의 뜻을 다른 사람에게 해석해 주는 대변자가 된 것을 말합니다.
3,4: 내가 바로의 마음을 강퍅케 하고 나의 표징과 나의 이적을 애굽 땅에 많이 행하리라마는, 바로가 너희를 듣지 아니할 터인즉 내가 내 손을 애굽에 더하여 여러 큰 재앙을 내리고 내 군대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낼지라.
강퍅(剛愎)이라는 단어는 ‘매우 괴팍스러운’ ‘많이 어긋남’ ‘남의 말을 절대로 듣지 않는’다는 뜻의 단어인데, 히브리어에서는 ‘딱딱하게 하다, 굳게 하다’는 의미입니다. 더 이상 타협이나 대화의 여지가 없는 교만한 마음 상태입니다. ‘표징과 이적’ 표징은 하나님께서 베푸신 이적의 뒤편에 있는 하나님의 거룩한 뜻이라고 한다면, 이적은 표면에 나타난 하나님의 특별한 행위 그 자체로, 결국 표징과 이적은 기적의 양면을 가리키는 동일한 단어입니다. ‘많이 행하리라’ 모세가 하나님의 능력으로 많은 기적을 나타낼 것이지만 바로는 계속 마음을 닫아버리고 버틸 것이라는 뜻입니다. 바로는 자기의 죄를 더욱 쌓아가서 그 최후 심판을 스스로 자초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악한 자들이 받는 징계가 다 그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결국 바로가 굴복할 수 있는 강한 징계를 내리시게 되고 그 뒤에 바로는 이스라엘은 애굽에서 내어보낼 것입니다.
5,6: 내가 내 손을 애굽 위에 펴서 이스라엘 자손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낼 때에야 애굽 사람이 나를 여호와인줄 알리라 하시매, 모세와 아론이 여호와께서 자기들에게 명하신 대로 곧 그대로 행하였더라.
하나님께서 손을 편다는 표현은 애굽에게 큰 징계를 내리실 것을 뜻합니다.(7:14-11:10) ‘알리라’(야다:ידע)는 직접 체험함으로 깨닫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행하신 확연한 사건을 직접 체험함으로 인하여 자만과 어리석음에서 깨어나, 하나님을 무명의 신이나 노예의 연약한 신이 아니라 살아계시는 무한한 능력의 신으로 인정하게 되리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애굽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도 이후에 나타난 하나님의 권능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존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모세와 아론은 앞으로 하나님의 명령을 그대로 준행하게 됩니다.
7: 그들이 바로에게 말할 때에 모세는 팔십 세이었고 아론은 팔십 삼 세이었더라.
모세의 나이는 40년을 주기로 기록 되었습니다(신 34:7; 행 7:23,30). 모세의 나이가 다시 거론된 것은 출애굽 사건이 구속사의 큰 분수령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구속사의 전개에 사용되는 인물들의 당시 나이를 적절히 알려줌으로써 하나님의 섭리가 역사 안에서 어떻게 성취되어 가고 있는가를 생동감 있게 보여줍니다(창 12:4; 47:9). 당시 이들의 나이는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었으며, 특히 모세와 아론의 경우에는 하나님의 능력이 함께 하였기에 더욱 건강한 몸으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8,9: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일러 가라사대, 바로가 너희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이적을 보이라 하거든 너는 아론에게 명하기를 너의 지팡이를 가져 바로 앞에 던지라 하라. 그것이 뱀이 되리라.
이적을 보이라는 말씀은, 당시 고대 애굽인들에게 하나님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함입니다. 애굽의 술객들은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로 자처하는 자들은 이적을 통하여 자신의 신분과 그 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적을 보이는 것은 신의 사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입니다.
10: 모세와 아론이 바로에게 가서 여호와의 명하신 대로 행하여 아론이 바로와 그 신하 앞에서 지팡이를 던졌더니 뱀이 된지라.
아론이 던지 지팡이는 모세의 지팡이로, 아론이 당시에는 모세의 대언자인 동시에 행위까지도 대신한 것으로 보입니다. 뱀(탄닌:תנין)은 애굽의 제사에서 자주 나타나는 빛과 생명에 적대하는 세력으로 바다 괴물 ’탄넴‘과 유사한 것으로 ’용‘(시 148:7) 혹은 ’리워야단‘(사 27:1)과 같은 것입니다. 여기에서 ‘뱀’은 애굽의 왕권을 상징했던 ‘코브라(Cobra)'를 가리키는 듯합니다.
11,12: 바로도 박사와 박수를 부르매 그 애굽 술객들도 그 술법으로 그와 같이 향하되, 각 사람이 지팡이를 던지매 뱀이 되었으나 아론의 지팡이가 그들의 지팡이를 삼키니라.
박사(하카밈:הכים)는 지혜로운 자, 또는 인간적, 신적 지혜로 교육 받은 자를 말하는데, 폭넓은 식견을 갖추 애굽의 지식인들을 가리킵니다. 박수(메카쉐핌:מכשפים)는 주술자, 마술의 말을 하는 자라는 뜻으로 주로 주술이나 주문을 외워 초보적인 마술을 행하던 자들입니다. 술객(하르툼밈:הרטמים)은 비밀, 숨은 기술, 신비한 것을 설명하는 자라는 뜻으로, 주로 실제적 역할을 수행하며 신비스런 현상을 해석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이 지팡이를 던져서 뱀이 되게 할 수 있었을까요? 결코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지팡이는 죽은 나무인데 어떻게 살아서 움직이는 뱀이 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이들은 뱀을 기절시키든지 하는 방법으로 지팡이처럼 빳빳하게 만들어 가지고 와서, 던질 때에 깨어나게 만드는 속임수를 쓴 것입니다. 생명은 오직 하나님께서만이 창조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아론이 던지 지팡이가 변한 뱀이 술객들이 던지 뱀을 삼켰다는 것은, 하나님의 권세 앞에 바로의 권세가 감히 대항할 수 없음을 나타내며, 애굽 신의 능력보다 하나님의 능력이 월등함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마귀의 권세가 하나님의 통제 아래 있으며, 끝내는 하나님의 심판으로 괴멸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합니다(욥 1:12; 계 20:7-10).
13: 그러나 바로의 마음이 강퍅하여 그들을 듣지 아니하니 여호와의 말씀과 같더라.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은 조금도 틀림이 없이, 바로는 스스로 마음을 강퍅하게 하여 모세가 대언하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절하였습니다. 이러한 바로의 자세는 결국 10번째 재앙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14-25: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한 바로와 애굽에 10가지 재앙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 중에 첫 번째 재앙으로 애굽의 경제, 종교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나일 강물을 모조리 피로 물들게 한 재앙이 기록되었습니다. 이 재앙은 매우 치명적이면서 광범위한 것이었지만, 어리석은 바로는 애굽 술객들이 비슷한 이적을 행하자 도 다시 마음을 강퍅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14: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바로의 마음이 완강하여 백성 보내기를 거절하는도다.
거절(카바드:כבד)하는 것은 본래 무겁다는 뜻으로, 바로의 마음이 고집과 교만 등으로 인해 굳어지고 우둔해졌음을 나타낸 말입니다. 이처럼 악한 자들은 하나님께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을 알리고 능력을 보여주시지만 교만으로 인하여 하나님을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멸망 길을 자초하고 마는 것입니다.
15: 아침에 너는 바로에게로 가라. 그가 물로 나오리니 너는 하숫가에 서서 그를 맞으며 그 뱀 되었던 지팡이를 손에 잡고
8:20에도 바로가 아침 곧 해가 뜨는 이른 아침에 물로 나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가 아침에 행한 습관을 보여줍니다. 당시 애굽의 나일 강은 주기적으로 계속되는 범람과 강의 혜택으로 인하여 애굽 사람들에게 신격화되었는데, 바로는 아마도 매일 아침 일찍 나일 강으로 나아가 나일 강의 홍수를 관장했던 신으로 알려진 ‘크눔(Khnum)'에게 헌제를 드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사실은 최근에 발굴된 파피루스의 기록에도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16: 그에게 이르기를 히브리 사람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를 왕에게 보내어 이르시되 내 백성을 보내라. 그들이 광야에서 나를 섬길 것이니라 하였으나 이제까지 네가 듣지 아니하도다.
‘히브리’는 강을 건넌 것을 뜻합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갈대아 우르에게 유브라데 강을 건너 가나안에 이른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붙여진 이름입니다(창 12:5; 14:13). 당시 모세가 이같이 언급한 것은, 자신들이 단지 예부터 노예로 살아온 하찮은 민족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원대한 계획 아래 살아온 선민임을 바로에게 일깨워주기 위함입니다. ‘광야에서 나를 섬길 것’이라는 말은 광야로 가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 후에 다시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을 받지만, 이는 독자적인 집단을 형성하여 애굽의 압제에서 벗어나 가나안으로 돌아가겠다는 암시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로서는 이런 요구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17: 여호와가 이같이 이르노니 네가 이로 인하여 나를 여호와인줄 알리라 하셨느니라. 볼지어다. 내가 내 손의 지팡이로 하수를 치면 그것이 피로 변하고,
‘내가~ 하수를 치면’ 실제 지팡이를 가지고 하수를 친 것은 아론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직접 친 것으로 말씀하십니다. 이는 모세와 아론은 단지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며, 하나님의 영광과 권위를 덧입은 일꾼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자들을 당신과 동일시하심으로써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여기시는 것입니다. 하수를 피로 만드는 것은 우상을 숭배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경고이며, 우상종교의 종말을 의미하는 심판입니다.
18: 하수의 고기가 죽고 그 물에서는 악취가 나리니 애굽 사람들이 그 물 마시기를 싫어하리라 하라.
어떤 사람들은 상류에서 붉은 진흙이 내려오거나, 붉은 벌레 등에 의해 서서히 변한 것이라고 해석을 하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하수가 피로 변하면 고기가 죽고 악취가 나서 사람들이 마시지 못할 물이 되었다는 것은, 실제로 나일 강이 피로 변한 것입니다.
19: 여호와께서 또 모세에게 이르시되 아론에게 명하기를 네 지팡이를 잡고 네 팔을 애굽의 물들과 하수들과 운하와 못과 모든 호수 위에 펴라 하라. 그것들이 피가 되리니 애굽 온 땅에와 나무 그릇에와 돌 그릇에 모두 피가 있으리라.
나일 강, 운하, 못, 호수, 온 땅, 그릇까지 물이 있는 곳은 모두 피로 변하는 재앙이 임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피 재앙이 단순한 눈속임이나 환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실제 모든 물들이 못쓰게 되는 재앙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20,21: 모세와 아론이 여호와의 명하신대로 행하여 바로와 그 신하의 목전에서 지팡이를 들어 하수를 치니 그 물이 다 필로 변하고, 하수의 고기가 죽고 그 물에서는 악취가 나니 애굽 사람들이 하수 물을 마시지 못하며 애굽 온 땅에는 피가 있으나
아마 이 피 재앙은 바로가 신하들을 대동하고 나일 강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중에 발생하였을 것입니다(15절 참고). 피로 변하는 재앙을 내리신 이유는, 첫째 나일 강이 애굽인들에게 우상으로 숭배되었기 때문에 그 강을 쳐서 우상 숭배의 죄악을 경고하기 위함이며, 둘째는 애굽인들이 무고한 히브리인들의 아이들의 피로 나일 강을 물들였기 때문입니다.(1:22) 소기가 죽고 악취가 나게 되는 것은 더 이상 나일 강의 신이 복을 주는 처소가 아니라 죽음과 악한 것들을 생산하는 악의 근원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상과 우상숭배자들의 최후가 이처럼 악취가 나고 비참해 질 것입니다.
22: 애굽 술객들도 자기 술법으로 그와 같이 행하므로 바로의 마음이 강퍅하여 그들을 듣지 아니하니 여호와의 말씀과 같더라.
애굽의 술객들이 물을 피로 만들었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미 애굽의 모든 물들은 이미 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세와 아론이 행한 일을 어떤 눈에 띄는 마술로 변화의 흉내를 낸 것으로 보이며, 바로는 이것을 보고 그들도 이적을 행한 것으로 알고 마음이 강퍅해진 것입니다.
23: 바로가 돌이켜 궁으로 들어가고 그 일에도 관념하지 아니하였고
바로가 궁으로 되돌아갔고, 나일 강이 피로 변한 것에 대하여는 더 이상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마술사들이 행한 것을 보고 만족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피로 변하는 것쯤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24: 애굽 사람들은 하수 물을 마실 수 없으므로 하숫가를 두루 파서 마실 물을 구하였더라.
피 재앙으로 인하여 애굽 땅에 마실 물조차 없었기 때문에 모든 노력을 동원하여 물을 찾기에 급급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로 보아 새로 땅을 파서 얻은 물은 피로 변하지 않은 으며, 이 피 재앙이 계속되는 1주일 동안 애굽 사람들은 이 물을 식수로 사용했을 것입니다.
25: 여호와게서 하수를 치신 후 칠 일이 지나니라.
이 피 재앙은 7일 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7일 지난 다음에는 또 다른 재앙이 시작될 것입니다. 7은 상징적으로 하나님의 수요, 승리의 수, 완전의 수입니다. 피 재앙이 7일 계속된 것은 하나님의 진노가 완전히 실현된 것이며, 궁극적으로 애굽 우상에 대한 하나님의 승리를 시사합니다.
'출애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애굽기 제9장 강해 - 악질, 독종, 우박 재앙 (0) | 2012.05.19 |
---|---|
출애굽기 제8장 강해 - 개구리, 이, 파리 재앙 (0) | 2012.05.13 |
출애굽기 제6장 강해 - 모세를 위로하시는 하나님 (0) | 2012.04.28 |
출애굽기 제5장 강해 - 모세와 바로의 첫 대면 (0) | 2012.04.21 |
출애굽기 제4장 강해 - 애굽으로 돌아가는 모세 (0) | 2012.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