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제9장 광야에서의 유월절
본 장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전반부 1-14절은 출애굽한 날을 기념하는 유월절을 지켰음을 보도하고 있으며, 후반부 15-23절은 이스라엘이 성막을 세운 날부터 성막 위에 불기둥과 구름기둥이 밤낮으로 나타났음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영광의 임재를 상징하며, 백성들의 광야 행군과 정지를 지시하는 신호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시내산에서의 언약 체결과 율법의 수여와, 성막 봉헌을 하고 난 후에, 가나안을 향하여 출발하려는 시점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공동체의 결속과 하나님께 대한 신앙이 확립되어야만 했습니다. 이런 목적이 있기 때문에 1-7장에 나오는 내용보다 본 장의 내용이 먼저 있었지만 나중에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1-5절은 광야에서 지킨 유월절의 내용입니다. 백성들은 하나님의 명령대로 출애굽 제2년 1월 14일 해질 때에 시내 광야에서 유월절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출애굽 1주년을 맞이하여 지난날을 돌이켜 볼 수 있었습니다. 광야에서 맞은 유월절 예식을 통하여 출애굽의 감격을 되새길 수 있었고 또한 시내 산에서 맺은 하나님과의 언약(출 19:5,6)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유월절은 백성들이 종살이에서 해방되고 애굽인의 억압의 손에서 구원 받은 출애굽의 분기점으로, 하나님의 구원과 은혜, 그리고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족적을 잘 반영해 주는 역사적 사건입니다(출 12:1-28; 13:3-10).
이 유월절은 인류를 죄의 종노릇에서 해방시키고, 사단의 억압으로부터 구원하여 하나님의 아들이 되게 하신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예표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유월절 어린양이 되셔서(고전 5:7)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로부터 당신의 백성을 안전하게 보호하셨을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유월절 예식은 하나님의 구속 사역을 가장 명확하게 계시하셨던 사건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월절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의 죽으심으로 인하여 오늘날 주님을 기념하는 성만찬 예식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명령에 따라(마 26:27,28), 다시 오실 때까지 그것을 길이 기억하고 지켜야 합니다.
1: 애굽 땅에서 나온 다음 해 정월에 여호와께서 시내 광야에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성막 건립 직후이자 인구 조사가 이뤄지기 전의 시간입니다. 이때가 B.C. 1445년 1월로 추정되며 출 40:17의 내용입니다. 따라서 본 내용은 민수기 전체의 내용 중에서 가장 빠른 시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 순을 무시한 이러한 기록은 본문 속에 있는 제2유월절 조항 때문으로 보입니다(9-12절). 출애굽 제2년 2월 20일에 있었던 시내산에서의 출발은(10:11) 정규 유월절 1달 후에 진행되는 제2유월절(2월14일) 직후에 가능했을 것이므로 본 사건은 바로 10장 앞에 배열하고 있습니다.
2: 유월절을 그 정기에 지키게 하라.
아빕월(태양력 3-4월) 14일 해지는 시간을 전후해서 시작되는 유월절은, 출애굽 직전 애굽 내의 장자 사망의 재앙에서 이스라엘의 백성들만을 온전히 보호하신 사실을 기념하는 날입니다(출 12, 13장). 실질적으로 유월절은 ‘영원한 규례’로 만들어 졌으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시는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이르렀을 때(출 12:25; 13:5) 이 예식을 지키라는 단서가 붙어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땅을 행해 진행 중인 때에 맞는 유월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은 5-14절에 언급된 유월절 시행 명령을 통해 볼 때 광야 생활 중에도 유월절을 지켰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기간에는 문설주와 좌우 인방에 피를 뿌리는 행위는 생략 되었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텐트의 출입문에 뿌렸을 가능서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3: 이달 십 사일
출애굽 제2년 1월 14일을 말합니다. ‘해 질 때에’라는 말은 ‘두 저녁들 사이에’라는 뜻인데 완전한 어둠이 오기 직전의 황혼녘에 무렵을 말합니다. 따라서 해지는 시간을 대략 오후 6시로 보고 그 때부터 하루가 시작된다고 보는 히브리인들의 관점에서 볼 때에 1월 14일이 막 시작하려는 때임을 알 수 있습니다.
4-5: 그들이 정월 십사 일 해질 때에 시내 광야에서 유월절을 지켰으되~
출애굽 후 처음으로 지킨 유월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광야라는 공간에서 수많은 양들을 어떻게 구할 수 있었으며, 당시 3명의 제사장으로 어떻게 그 많은 양들을 해질 때의 약 3시간 여 동안 잡을 수 있었을까 하는 문제가 나옵니다.
당시에 인구를 계산하는 것은 전쟁에 나갈 수 있는 20세 이상의 남자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약 60만명을 기준으로 20여명 당 1마리 가 필요하게 된다면 약 3만 마리가 희생제물이 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숫자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애굽에서 나올 때에 가지고 나온 양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설사 없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사막에 살고 있는 종족들이나 행상들을 통하여 충분히 조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누가 양을 잡았을까요? 출애굽시에도 레위인들이 잡지 않았고 제사장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고, 금송아지 우상 숭배 사건 때에 레위인들이 모세와 아론의 직무에 협조를 했다는 점을 들면 이들이 함께 양을 잡았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유월절을 지키기에 적합하지 않은 광야라는 특수한 곳에서도 유월절 예식을 거행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절대 순종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성도들에게 필요합니다. 말씀만이 우리의 삶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6-14절은 제2유월절의 규례입니다. 유월절은 의식법상 부정한 자들은 하나님의 백성들로부터 한 동안 격리되어 있어야 했습니다(민 19:11-22). 이러한 경우에는 유월절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6,7: 때에 사람의 시체로 인하여 부정케 되어서 유월절을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죽음의 죄의 결과로 간주하기 때문에 주검과의 접촉은 곧 죄의 오염으로 간주되어 7일 동안 격리되어야 했습니다.(5:2; 19:11-22) 그리고 부정케 된 자는 이 격리 기간 동안 유월절 행사 뿐 아니라 어떤 공적 행사에도 참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는 죄를 청산하지 못한 자로서는 하나님과 온전한 관계를 이룰 수 없으며 더 나아가 거룩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시체로 인한 부정한 자들의 격리 규정은 아직 발효되기 전이었고, 도 유월절 예식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어떤 명령도 아직 없었기 때문에 부정한 자들이 하나님의 대언자로 사역했던 모세와 아론에게 찾아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하나님께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일단 기다리도록 하는 것이 8절 이하에 나오고 있습니다.
9,10: 이스라엘 자손에게 고하여 이르라 너희나 너희 후손 중에 시체로 인하여 부정케 되든지~
만일 유월절 즈음에 먼 여행 중이라든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하여 지키지 못할 장소에 있을 경우에라도 반드시 유월절은 지켜야 한다는 응답을 하셨습니다. 지키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선민 집단에서 제외되고 마는 것입니다(13절). 하나님의 백성 된 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를 항상 기억하고, 또 그 사랑을 덧입지 않고서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영속시켜 나갈 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11: 이월 십 사 일 해질 때에 그것을 지켜서~
유월절은 절대 엄수해야 하기 때문에 사정상 지키지 못하게 되면 선민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지키지 못한 이들을 모두 이스라엘에서 쫓겨나야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지키지 못한 자들을 위하여 2월 14일에 또 한 번의 유월절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이것은 형식보다 영적인 면을 강조한 것입니다. 훗날 히스기야 왕도 유월절을 지킴에 잇어서 이와 같이 실행했습니다(대하 30:12). 결국 제2유월절은 당신의 백성을 끝까지 사랑하시며 그들과의 관계가 지속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유월절 음식을 먹는 방법은 무교병과 쓴 나물을 함께 먹어야 하고, 뼈는 하나도 꺾지 않아야 합니다. 이런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잘 잊어버리는 이스라엘에게 그들의 아픈 과거를 회상하게 하고, 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향하여 구원의 손길을 베푸신 사실을 기억하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남기지 말라는 것은 성물이 더럽혀지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남은 것은 모두 불에 태워야 합니다(출 12:10). 뼈를 꺾지 말라는 것은 불열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유월절 양은 ‘연합’이라는 속성이 있습니다. 또한 갈보리 십자가의 주님을 예표하고 있는데, 주님께서는 뼈가 하나도 꺾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예물을 반드시 드려야 하고, 드리지 않은 경우에는 죄인이 됩니다. 즉 예물이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지정하신바 대속의 희생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사죄의 은총을 기대하는 자는 반드시 이 예물을 헌상해야만 합니다. 이 예물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이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힘 입지 않고는 아무도 하나님 앞에 설 수 없으며, 속죄의 은혜를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14: 타국인의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잠시 머물다 떠나는 외국 여행자가 아니라 선민 집단과 더불어 자기 거주하면서 그들에게 동화된 무리들의 경우를 말합니다. 이들이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정식 인준 받고 또 절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할례를 받으면 됩니다(출 12:48). 이 할례는 지난 과거의 삶을 청산하고 오직 새로운 피조물로서 하나님의 소유가 됨을 고백하는 신앙적 행위로 오늘날의 참 회개, 곧 영혼의 할례를 의미합니다. 이들이 할례를 받게 되면 이스라엘 백성과 동일한 모든 책임과 의무를 지니게 됩니다.
15: 성막을 세운 날에 구름이 성막 곧 증거막을 덮었고~
불 기둥과 구름 기둥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말하며 출애굽기 40장과 바로 연결이 됩니다. 출애굽 2년 1월 1일에 성막을 완성하고, 하나님께 봉헌했습니다. 이 때에 불 기둥과 구름 기둥이 하나님의 성막을 덮었으며(15, 16; 출 40:1-35). 이후 계속해서 백성들을 인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항상 동행하신다는 표징입니다. 이스라엘은 이와 같은 하나님의 임재의 표징으로 힘을 얻어 광야를 행군할 수 있었습니다.
17: 구름이 성막에서 떠 오르는 때에는 이스라엘 자손이 곧 진행하였고~
이스라엘 광야 행진에는 구름의 지시에 따라 결정이 되었습니다. 즉 모든 것을 하나님의 듯에 맡기는 순종을 의미합니다. 순종할 때에만 생존과 안녕을 보존할 수 있는 원리입니다. 어떤 때에는 너무나 오래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답답할까요? 그러나 이 기간을 통하여 인내와 절제를 배우게 됩니다. 농부가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기다리듯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으로, 신앙이라는 것은 나에게 하나님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간에 나를 맞추어야 함을 교훈합니다.
20-22: 혹시 구름이 장막 위에 머무는 라이 적을 때에도 그들이 다만 여호와의 명을 좇아 유지하고~
구름 정지 시간이 짧든 길든 상관없이 이스라엘의 진행과 휴식이 이루어졌습니다. 머무는 날이 짧을 때에는 성막을 걷고 설치하는 것이 번거로웠을 것입니다. 또 오랜 동안 머무를 경우에는 초조하고 무력하게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열심과 성실로, 인내와 복종으로 마침내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23: 여호와의 명을 따라 여호와의 직임을 지켰더라.
이스라엘이 구름의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였고, 각 개인 또는 가문별로는 모세를 통해 여호와께서 지시하신 행동 지침을 따라 진행해 나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호와의 직임’이라는 것은 여호와께서 친히 당부하신 이무라는 뜻으로 2-4절에 명시된 것처럼 광야 행진시의 각자의 분담 사항을 말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지시한 명령을 온전히 좇고, 당신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영혼들의 앞길을 친히 인해도 주십니다.(시 32:8; 73:24; 잠 3:6). 우리가 신앙의 길을 걸어가는 것에 있어서 최대의 걸림돌은 바로 내 자신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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