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제9장 강해: 가나안 남부 정복 개시 및 기브온과의 조약 체결
일단 여리고와 아이 그리고 벧엘이 있는 가나안 중부를 점령하여 거점을 마련한 이스라엘은 남부지역정복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런 와중에 여호수아와 장로들의 실수로 인하여 기브온과 화친 조약을 체결하기도 하였습니다. 남부지역의 왕들은 아이 성 함락 소식을 접하자 머지않아 자신들도 동일한 운명에 처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렴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그런 절박한 속에서도 기브온 족속과 다른 족속들이 취한 태도는 전혀 달랐습니다. 기브온 족속들은 비록 속임수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하나님의 구속사의 은총을 입은 이스라엘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한 후 이스라엘과 화친 조약을 맺음으로써 구원을 얻게 된 것입니다(삼하 21:1-6). 그러나 이스라엘을 대적했던 다른 족속들은 다음 장에서 보듯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기브온의 태도는 비굴하였지만, 하나님의 구속사적 심판과 구원 섭리를 깨닫고 죽기 직전이나 아니면 세상 끝날 직전에라도 회개하여, 비록 부끄러운 상태이기는 하지만 구원에 동참할 자들을 예표한다고 한다고 하겠습니다.
1-2절: 가나안의 군사 동맹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스라엘이 남부지역 정복에 나서자 가나안의 여러 족속들이 이스라엘이 대항하기 위하여 서로 동맹을 맺었으며, 기브온 거민은 이스라엘과 화친을 맺었습니다. 당시 가나안 산지와 평지, 해안 지방에는 헷 족속, 가나안 족속, 아모리 족속, 히위 족속, 브리스 족속, 기르가스 족속 등 소위 후기 가나안 7족속이라고 불리는 거민들이 흩어져 살면서 때로는 연합도 하고 때로는 경쟁도 하며 공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능력으로 요단을 거넜다는 소식을 듣고 두려움에 빠졌습니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여리고와 아이를 점령하자 더욱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이에 그들은 서로 동맹을 맺고 이스라엘에 대항하기로 했습니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악한 자들이 평소에는 서로 적대시하며 살다가도 하나님의 백성을 괴롭히거나 대적하려고 할 때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아주 신속하게 서로 연합을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것은 바로 악한 자들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매우 강한 군사력을 갖게 되었고, 이스라엘을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동맹이 오히려 자신들을 동시에 멸망케 될 전조임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세상의 악한 자들은 때로 연합하여 하나님의 백성을 대적하고자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어리석은 소행을 비웃고 계십니다(시 2:4).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한 그 누구도 저들의 머리털 하나 손상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눅 21:15-18). 그러므로 성도들은 아무리 많은 대적과 강한 자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삼키려 한다 할지라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 이스라엘을 대신해서 싸워 주신 하나님께서는 분명 오늘날 영적 전투에 임하는 우리를 대신하여 싸워주실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으므로 항상 담대함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수 1:9).
1: 요단 서편 산지와 평지와 레바논 앞 대해변에 있는 헷 사람과 아모리 사람과 가나안 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히위 사람과 여부스 사람의 모든 왕이 이 일을 듣고
‘요단 서편 산지와 평지와 레바논 앞 대해변’은 가나안 전체를 의미합니다. 가나안은 세 지대로 구분합니다. 산지는 나중에 유다 지파와 에브라임 지파의 연토가 되었던 산지 전체를 가리키며(민 13:17; 신1:7; 수 10:40; 11:16). 평지는 가자지구로부터 갈멘 만에 이르는 골짜기와 낮은 지대인 대평원을 가리킵니다. 본 절에서 언급된 6족속과 ‘기르가스 족속’를 포함하여 소위 가나안의 후기 7족속이라고 부릅니다. 가나안의 모든 왕들은 아이 성의 전투에 대해 깊은 관심을 쏟았습니다. 아이의 패전은 즉각적으로 그들에게 전달이 되었던 것입니다.
2: 모여서 일심으로 여호수아와 이스라엘로 더불어 싸우려 하더라.
가나안 족속들의 1차 동맹입니다. ‘일심으로’는 ‘한 입으로’, 즉 의견이 만장일치로 통일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가나안 여섯 족속의 의견이 하나임을 말할 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한 표현이 하나임을 뜻합니다. 이스라엘이 여리고와 아이를 점령하자 지금까지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관망하던 가나안 족속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전쟁에 휘말리게 됩니다. 즉 가나안 왕들은 중앙의 팔레스틴 산지, 서쪽 산기슭, 그리고 해안 평야에서 북쪽 레바논에 걸친 지역을 중심으로 연합군을 구성한 것입니다.
3-15절: 이스라엘과 화친조약을 맺은 기브온 족속에 대한 내용입니다. 남부 가나안 정복에 나설 즈음에 기브온 족속이 그들의 신분을 속이고 이스라엘과 화친을 맺게 되었습니다. 기브온은 본래 그비라, 브에롯, 기럇 여아림과 함께 히위 족속의 성읍으로(17절), 다른 세 성읍에 비해 매우 강성했을 뿐만 아니라 왕도와 같은 큰 성읍이었습니다(수 10:2). 따라서 기브온은 다른 성읍들에 비해 매우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이스라엘이 요단을 마른 땅으로 건너고 여리고와 아이 성을 가볍게 멸망시켰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들의 힘으로는 이스라엘을 도저히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신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이스라엘과의 화친을 꾀하였던 것입니다. 이에 그들은 이스라엘에 사신을 보냈는데 마치 가나안 족속이 아닌 먼 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꾸몄습니다. 이로보아 그들은 신 7:1-5; 20:10-19 말씀을 들어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이스라엘인 이러한 기브온 사신들의 차림과 말을 듣고 속아서 화친 조약을 맺고 말았습니다.
3: 기브온 거민들이 여호수아의 여리고와 아이에 행한 일을 듣고
가나안의 일곱 족속 중에서 ‘히위 족속’에 속하며, 기브온을 우두머리로 하여 연합한 성읍입니다. 그비라, 비에롯, 기럇여아림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기브온은 예루살렘 북서쪽 8km 지점에 위치한 왕도와 같은 큰 성으로서 아이 성보다 컸습니다(10:2). 그러나 11절에 근거해 볼 때, 왕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장로들이나 평의원들에 의해 통치되었던 것 같습니다. 후일 이곳은 베냐민 지파에게 분배되었고, 다시 레위 성읍으로 성별되었습니다(수 18:25; 21:17). 또 사울이 놉을 진멸한 후에 성막을 이곳에 세워 솔로몬이 성전을 세울 때까지 그곳에 있었습니다.
4,5: 꾀를 내어 사신의 모양을 꾸미되 헤어진 전대와 헤어지고 찢어져서 기운 가죽 포도주 부대를 나귀에 싣고, 그 발에는 낡아 기운 신을 신고 낡은 옷을 입고 다 마르고 곰팡이 난 떡을 예비하고
기브온 족속들은 여리고와 아이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중부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에게 패한 여리고와 아이가 어떻게 된 것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전투에서 패하면 한 민족이 전멸 당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가나안 부족과 체결한 군사 동맹(1,2절)을 스스로 파기하고 이스라엘과 화친하고자 술책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아주 먼 나라에서 온 것처럼 사신들의 복장과 가진 물품들을 위장했습니다. 그들의 행위는 남을 속인 것이지만 그 어떤 것보다 귀한 목숨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지혜라고 할 수 있고, 그런 지혜는 성도들이 배울 만 한 것입니다.(눅 16:1-8) 해어진 전대, 기준 가죽 부대에 담은 포도주, 낡아 기운 신, 낡은 옷, 마르고 곰팡이 난 떡 등을 철저하게 준비한 것은 그만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 그들이 길갈 진으로 와서 여호수아에게 이르러 그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르되 우리는 원방에서 왔나이다. 이제 우리와 약조하사이다.
여기에서 ‘길갈 진’은 요단강을 건넌 지점에 있던 최초의 진이라기보다는 아이 성 전투 후 에발산과 그리심산에서 축복과 저주를 선포한 후의 일이기 때문에 벧엘과 세겜 사이 모래 평지 옆에 있던 길갈(신 11:30; 왕하 2:1,2)로 보고 있습니다. 이곳으로 찾아 온 기브온 족속들은 ‘원방’ 즉 먼 곳에서 온 것처럼 하여 조약을 맺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신 20:10-15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가나안 족속을 제외한 원방의 국민과 조약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기브온 사람들은 원망에서 왔다는 점을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생명의 보존을 위하여 철저하게 준비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7: 이스라엘 사람들이 히위 사람에게 이르되 너희가 우리 중에 거하는 듯하니 우리가 어떻게 너희와 약조할 수 있으랴
히위 족속은 후기 가나안 7족속 중 하나입니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은 일단 기브온 사람들이 가나안 사람들이 아닌가 의심은 하였으나 결국 그들에게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모세의 율법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가나안 족속과는 조약을 맺거나 혼인을 하지 못하며 모두 진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출 23:32; 34:12; 민 3:55; 신 7:2)
8: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이르되 우리는 당신의 종이니이다. 여호수아가 그들에게 묻되 너희는 누구며 어디서 왔느뇨
‘당신의 종’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반드시 복종과 충성을 다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존경의 표로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어투입니다(창 32:4; 50:8; 왕하 10;5; 16:7). 이는 기븐온 족속의 사신들이 여호수아의 예리한 질문을 피하기 위해 매우 의도적으로 행한 공손함의 표현으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여호수아는 그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통하여 정체를 파악하려고 하였습니다. 겉모습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음흉한 계교를 품은 자들은 항상 자신을 위장하고 나타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자들을 양의 가죽을 뒤집어 쓴 이리와 같다고 하였습니다(마 7;15). 그러므로 성도는 영적인 분별력을 갖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9,10: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대답하되 종들은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인하여 심히 먼 지방에서 왔사오니 이는 우리가 그의 명성과 그가 애굽에서 행하신 모든 일을 들으며, 또 그가 요단 동편에 있는 아모리 사람의 두 왕 곧 헤스본 왕 시혼과 아스다롯에 있는 바산 왕 옥에게 행하신 모든 일을 들었음이니이다.
여호수아의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을 하지 않던 기브온 족속은 제일 먼저 입을 연 말은 여호와의 이름을 인해 이곳에 왔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아마도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민족의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고대 근동 지역에서 신의 이름은 종종 능력과 성공의 열쇠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만군의 여호와 하나님의 능력이 먼 나라에게까지 알려진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더욱 새로운 용기와 힘을 얻게 되었으며, 자신들의 하나님에 대하여 뿌듯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들은 애굽과 요단 동편의 일들은 언급하면서, 여리고와 아이 성에 대하여서는 함구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원방에서 올 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여리고와 아이 성의 결과에 대해서 말한다면 그들의 정체가 탄로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1: 그러므로 우리 장로들과 우리나라의 모든 거민이 우리에게 일러 가로되 너희는 여행할 양식을 손에 가지고 가서 그들을 맞아서 그들에게 이르기를 우리는 당신들의 종이니 청컨대 이제 우리와 약조하사이다 하라 하였나이다.
기브온과 그에 부속된 세 성읍들은 당시 왕정 체제가 아닌 장로 체계로 운영된 것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12-14: 우리의 이 떡은 우리가 당신들에게로 오려고 떠나던 날에 우리들의 집에서 오히려 뜨거운 것을 양식으로 취하였더니 보소서 이제 말랐고 곰팡이 났으며, 또 우리가 포도주를 담은 이 가죽부대도 새 것이더니 찢어지게 되었으며 우리의 이 옷과 신도 여행이 심히 길므로 인하여 낡아졌나이다 한지라, 무리가 그들의 양식을 취하고 어떻게 할 것을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고
KJV의 난외주에서는 ‘무리가 그들의 양식으로 인하여 그들을 받아들이고’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즉 여호수아와 장로들은 기브온 사신들의 곰팡이 난 양식을 보고 그들의 아야기가 시실인 줄로 속고 만 것입니다. 고대 근동에서는 조약을 체결할 때 우정의 표시로 상대방의 양식을 취하여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본 절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떻게 할 것을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고’ 이는 모세의 율법을 어기는 범죄 행위입니다. 모세는 어떠한 일을 판별할 때에는 우림과 둠밈으로 하나님의 뜻을 판별하도록 명령했습니다(민 27:21). 그러나 여호수아는 성급하게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고 조약을 맺었기 때문에 나중에 이스라엘은 이들로 인하여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삿 3:3)
15: 여호수아가 곧 그들과 화친하여 그들을 살리라는 언약을 맺고 회중 족장들이 그들에게 맹세하였더라.
‘화친하여’(샬롬: שׁלום) 이스라엘과 기브온이 평화로운 관계로 변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조약을 체결하여 그 조약을 성실히 이행한다는 맹세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언약을 맺고’ 고대 근동에서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 맺어진 언약은 대체로 복종과 보호의 관계를 명문화하였습니다. 강대국은 약자를 침입하지 않고, 타국이 언약을 체결한 약소국을 침략하게 되면 그 약소국을 끝까지 보호해 주어야 했습니다. 그 대가로 약소국은 강대국에게 조공을 바치며 강대국의 종으로 순종해야만 했습니다. ‘맹세하였더라.’ 이는 조약 체결에 항상 엄숙한 서약을 동반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따라서 체결한 조약을 책임 있게 이행하기 위해 백성들의 대표인 족장이 나와서 맹세를 했던 것입니다. 고대 근동에서는 언약 체결 시에 동물을 반으로 절단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조약 파기의 경우에 이 같은 죽음을 초래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창 15:10)
16~27절: 이스라엘의 종이 된 기브온 족속에 대한 내용입니다. 기브온 족속의 속임수에 의해 화친 조약을 맺은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의 족장들이 뒤늦게 기브온 족속에게 행한 조치에 대한 언급입니다.
16,17: 그들과 언약을 맺은 후 삼 일이 지나서야 그들은 근린에 있어 자기들 중에 거주하는 자라 함을 들으니라. 이스라엘 자손이 진행하여 제 삼 일에 그들의 여러 성읍에 이르렀으니 그 성읍은 기브온과 그비라와 브에롯과 기럇 여아림이라.
‘삼일이, 삼일에’ 모두 3일째 되는 날을 말합니다. 이스라엘은 기브온 사신에게 속은 지 3일 후에게 그 사실을 안 것입니다. 이는 양국간의 조약 체결 후, 의례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외교적 관습에 의거 이스라엘 대표들이 3일 후에 기브온 사신들을 따라 저들의 성읍을 방문한 후에야 비로소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기브온은 길갈로부터 약 20-25km 정도 거리에 위치하여 하룻밤 안에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이었습니다(수 10:9). ‘그들의 여러 성읍’ 네 성읍 중에서도 기브온이 대표적인 성읍으로 예루살렘 서북쪽 9.6km 지점의 가나안 중부의 중요 성읍입니다. 그리라는 기브온의 서남쪽 야 7.5km, 브에롯은 동북쪽 7km, 기럇 여아림은 서남족 8km 지점입니다. 이 성읍들은 훗날 베냐민 지파에게 주어졌습니다(수 18:24-28)
18: 그러나 회중 족장들이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로 그들에게 맹세한 고로 이스라엘 자손이 그들을 치지 못한지라 그러므로 회중이 다 족장들을 원망하니
조약을 체결한 뒤 3일 후 이스라엘은 기브온에게 완전히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점에서 보면 기브온이 거짓말을 하여 조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그 조약을 파기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하나님의 이름으로 조약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성실히 지켜져야만 했습니다(삼하 21:1-19 참고).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을 해치지 못한 것입니다. 아간의 범죄로 말미암아 아이에게 참패를 당한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백성들은 가나안 족속과 언약을 맺지도 말며 그들을 불쌍히 여기지도 말라는(신 7:2) 명령을 또 어기게 되자 백성들을 대표해서 조약을 맺었던 족장들을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지도자들의 경솔한 처사를 비난한 것입니다.
19: 모든 족장이 온 회중에게 이르되 우리가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로 그들에게 맹세하였은즉 이제 그들을 건드리지 못하리라.
회중들의 불만과 비난에 대해 족장들은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했습니다. 우선, 족장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실수로 언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한 그것을 파기할 권한이 자신들에게는 전혀 없었습니다. 즉, 여기서의 언약은 고대 근동의 언약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맺은 언약은 인간의 일방적인 통고에 의해 결코 파기되어 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 우리가 그들에게 맹세한 맹약을 인하여 진노가 우리에게 임할까 하노니 이렇게 행하여 그들을 살리리라 하고
만일 백성들이 기브온과 맺은 언약을 파기하여 그들을 죽인다면, 결국 여호와께 맺은 언약을 파기한 겪이 됩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언약을 파기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므로 백성들은 기브온 사람들의 생명을 보존해 주어야만 했습니다.
21: 무리에게 이르되 그들을 살리라 하니 족장들이 그들에게 이른 대로 그들이 온 회중을 위하여 나무패며 물 긷는 자가 되었더라.
22,23: 여호수아가 그들을 불러다가 일러 가로되 너희가 우리 가운데 거주하거늘 어찌하여 우리는 너희에게서 심히 멀다 하여 우리를 속였느냐 그러므로 너희가 저주를 받나니 너희가 영영히 종이 되어서 다 내 하나님의 집을 위하여 나무패며 물 긷는 자가 되리라.
여기에서 ‘저주 받다’(아라르: ארר)는 ‘봉헌됨’을 뜻합니다. 기브온 사람들은 비록 하나님께 완전히 바쳐지지는 않았으나 성막을 위하여 손으로 일하는 자들로 특별히 구별되었다는 점에서 하나님께 바쳐진 것입니다. 그들은 성소에 바쳐진 금속들처럼 하나님께 바쳐졌던 것입니다. 이는 여호수아가 기브온 족속들에게 책벌을 가하는 중에도 긍휼을 베푼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브온 족속이 이스라엘의 종노릇을 하게 된 것은 저들이 이스라엘을 속인 것에 대한 책벌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스라엘 개개인의 종노릇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소에 소속되어 그곳의 허드렛일을 하게 된 것은 그나마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의 조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과거 노아의 저주 즉 함의 잘못은 그의 후손인 가나안 자손이 형제의 종이 된다는 저주를 불러왔는데(창 9:25) 그것이 성취된 것입니다.
24,25: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대답하여 가로되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종 모세에게 명하사 이 땅을 다 당신들에게 주고 이 땅 모든 거민을 당신들의 앞에서 멸하라 하신 것이 당신의 종에게 분명히 들리므로 당신들을 인하여 우리 생명을 잃을까 심히 두려워하여 이 같이 하였나이다. 보소서 이제 우리가 당신의 손에 있으니 당신의 의향에 좋고 옳은 대로 우리에게 행하소서 한지라.
여호수아의 저주에 대한 기브온 사람들의 해명과 아울러 여호수아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내용입니다. 그들은 만일 파멸당하는 것을 피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노예로 전락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감당하리라고 결심한 것입니다. 그러나 기브온에 대한 여호수아의 저주는 결코 저주로 끝나지 않고 오히려 축복이 되었습니다(수 10:10-14). 뿐만 아니라 후일 하나님의 성막이 기브온 산당에 설치되었고(대하 1:3), 더 후에는 느헤미야가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할 때 기브온 사람이 돕기도 했습니다(느 3:7). 이러한 일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즉 죄의 결과가 저주로 나타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죄를 용서하실 뿐만 아니라 항상 복을 가져옵니다.
26,27: 여호수아가 곧 그대로 그들에게 행하여 그들을 이스라엘 자손의 손에서 건져서 죽이지 못하게 하니라. 그 날에 여호수아가 그들로 여호와의 택하신 곳에서 회중을 위하며 여호와의 단을 위하여 나무패며 물 긷는 자를 삼았더니 오늘까지 이르니라.
‘여호와의 택하신 곳’은 ‘내 하나님의 집’과 동일한 표현으로 성소를 가리킵니다. 여호수아가 기브온 사람들을 성소에서 일하도록 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기브온 족속의 우상 숭배가 이스라엘 공동체 내에 침투되어 이스라엘을 부패시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며, 그들을 성소에서 봉사하도록 하여 여호와 신앙을 받아들이게 한 것입니다. 또한 백성들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그들에게 복수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역할도 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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