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제12장 강해 아론과 미리암의 모세 비방
언제나 하나님을 향하여 원망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그동안 봐왔습니다. 이번에는 지도층이 모세를 비방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것도 역시 백성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주권에 도전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모세의 실수와, 아론과 미리암의 비방, 하나님의 징계, 아론과 미리암의 회개, 모세의 중보기도를 통한 문제 해결의 내용으로 짜여 있습니다.
먼저 1-3절은 모세에 대한 아론과 미리암의 비방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백성들이 아닌 지도계층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1. 모세가 구스 여자를 취하였더니 그 구스 여자를 취하였으므로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방하니라.
‘구스’는 히브리어로 ‘쿠스’로써 에디오피아인을 가리킵니다. 성경에서는 대개 이집트와 함께 언급이 되는데(시 68:31; 사 20:3-5) 이곳 사람들은 검은 피부색의 함 족 계통입니다. 아론과 미리암이 비방한 것은 3가지의 이유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모세가 이방 여인과 혼인한다는 것은 유대 민족의 선민의식과 위배가 되고, 둘째 모세는 여호와와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 중보자적 위치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고, 셋째는 이방인과의 결혼이 하나님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이방인과 결혼을 금지시키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금지시킨 조항이 있기는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금지 내용은 이방인과의 전적인 금혼이 아니라(창 48:5-6; 룻 4:13-22), 이스라엘의 영적 순수성을 지키기 위하여 가나안 7족속과의 통혼을 금지하셨을 뿐이라는 것(출 34:16; 신 7:1)을 알아야 합니다.
이 비방 사건에 있어서 주동자는 미리암입니다. 왜냐하면 첫째 그녀의 이름이 먼저 나오기 때문이고, 둘째 ‘비방하다’는 단어가 ‘여성형’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며, 셋째 비방의 근거가 여자와 관련된 일, 즉 신분이 낮은 이방 여자와의 결혼 때문이며, 넷째 미리암만 벌을 받았으며, 다섯째 아론은 어떤 일에 앞장서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입니다.
2. 그들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느냐 하매~
모세에 대한 비방의 원인이 단순히 이방인과의 혼인 때문이 아니었음을 밝혀주는 구절입니다. 미리암과 아론 자신들이 모세보다 못한 게 없다는 말로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휘권을 공유하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모세의 결혼 문제를 앞서 거론한 것은 표면적인 이유이며, 자신들의 권세를 확충시키기 위한 수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미리암은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하는 여선지자이기도 했으며(출 15:20,21) 대제사장으로서 하나님의 거룩한 일에 동참하여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듣기도 하였습니다(2:1). 그러므로 그들도 모세와 함께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영도자’로서의 사명은 부여하지 않으셨습니다.(출 4:16)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은 월권행위이며 따라서 하나님의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런 미리암과 아론의 말을 들으셨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마음 깊숙한 것까지도 감찰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대상 28:9; 욥 28:24; 시 7:9; 잠 16:2; 렘 12:3; 롬 8:27), 그들의 말을 못 들으실 리가 없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감찰하심을 망각하고 경거망동하는 자들에게는 이 말씀을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3.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하더라.
‘온유’라는 말은 ‘핍박을 받음’, ‘가난함’, ‘낮고 비천함’의 뜻입니다. 모세는 자기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 전적으로 순복하는 삶을 살고 있었음을 칭찬하는 말이며(시 37:11; 마 5:5; 골 3:12; 벧전 3:4), 모세가 결혼 문제 때문에 형제들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고도 분노하지 않고 잘 참아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인간의 도덕성과 인내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며 오직 성령의 감화를 받은 사람만이 보일 수 있습니다.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하더라.’ 모세의 온유함에 비교될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4-12절은 모세를 변호해 주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미리암과 아론의 속셈을 파악하신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위하여 친히 변호해 주십니다. 그리고 미리암과 아론에게는 그 잘못에 따른 징계가 뒤 따르게 됩니다.
4: 여호와께서 갑자기 모세와 아론과 미리암에게 이르시되 너희 삼 인은 회막으로 나아오라 하시니~
예기치 못하게 하나님께서는 이들을 회막으로 부르셨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부르실 줄을 전혀 예상하고 있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회막은 하나님의 현현 장소이며 여호와 임재의 표상입니다(11:16; 출 33:7; 신 31:14). 따라서 이곳은 거룩한 장소이므로 인간의 교만함이 스며들지 못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미리암과 아론의 교만을 꺾기 위하여 회막으로 호출하셨던 것입니다.
5: 여호와께서 구름 기둥 가운데로서 강림하사 장막 문에 서시고 아론과 미리암을 부르시는지라~
하나님께서는 초자연적 현현하시는데, 자연 현상마저 주관하고 계십니다. 이 구름 기둥은 광야의 길을 인도하는 구름입니다. 구름은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고, 구름 기둥은 이스라엘을 보호하심을 타나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회막(장막) 입구에 서시고, 아론과 미리암을 책망하시기 위해 부르시고, 모세를 동반시켰습니다.
6: 이르시되 내 말을 들으라 너희 중에 선지자가 있으면 나 여호와가 이상으로 나를 그에게~
히브리어 본문에는 “지금”, “당장” 이라는 단어가 앞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내 말을 들으라는 것입니다. 즉 하나님께서 화가 나 계심을 암시합니다. ‘너희 중에 선지자가 있으면’ 이 말은 모세가 일반 선지자들처럼 계시에만 의존하는 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것입니다. 일반 선지자는 이상이나 꿈과 같은 것으로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7: 내 종 모세와는 그렇지 아니하니 그는 나의 온 집에 충성됨이라.
모세가 여호와 앞에 특별한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과 직접적으로 교통하던 유일무이한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선지자보다는 탁월한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충성됨’ 이말은 모세가 영도자와 중보자의 사명을 성실히 이해함으로써 하나님께로부터 확실하게 인정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충성됨이 하나님을 대면할 수 있는 선결 요건이므로, 우리도 하나님께 먼저 구할 것은 바로 ‘충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행 25:7-11; 고전 4:2).
8. 그와는 내가 대면하여 명백히 말하고 은밀한 말로 아니하며 그는 또 여호와의 형상을 보겠거늘~
‘대면하여’라는 말은 입을 맞춘다는 뜻입니다. 즉 그 정도로 친근하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특별히 모세를 애지중지하셨음을 가리킵니다.(요일 4:8, 16) 이런 사이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모든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 주셨던 것입니다. ‘여호와의 형상을 보겠거늘’ 이 말은 하나님께서 사람의 모습이나 사자의 모습으로 현현하심을 가리키지 않고(겔 1:26; 단 7:9, 13) ‘영광에 둘러싸인 형상’으로 임재하심을 가리킵니다. 떨기 나무에서 불의 형상으로 나타나시고, 시내산에 친히 강림하실 때에도 모세만이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만함이라고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9,10: 여호와께서 그들을 향하여 진노하시고 떠나시매~
하나님의 진노는 미리암에게 문둥병 발병이라는 현상으로 표출이 되었습니다. 미리암만 발병한 것으로 보아서 아론은 주모자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문둥병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성경에서는 죄에 대한 하나님의 형벌로 간주되고 있습니다(5:1-4; 왕하 5:1-14; 대하 26:21).
함께 하나님 앞에 나아갔던 아론이 미리암을 보니 문둥병이 걸려 있었습니다. 제사장은 문둥병을 판별해야 하는 직무가 주어졌습니다. 따라서 미리암은 자세히 살필 필요도 없이 완전한 문둥병 증세가 나타났던 것입니다.
11: 아론이 이에 모세에게 이르되 슬프다 내 주여 우리가 우매한 일을 하여 죄를 얻었으나~
이제 아론이 모세를 향하여 ‘내 주여’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의 진노를 체험한 그는 모세가 이스라엘의 유일한 영도자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하나님께 간구해 달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즉 모세가 하나님의 대변자임을 시인하는 것입니다.
13-16절은 모세가 미리암을 위하여 중보 기도를 하는 내용입니다.
13: 모세가 여호와께 부르짖어 가로되 하나님이여 원컨대 그를 고쳐주옵소서.
모세의 이 중보 기도는 비록 간결하였으나 전인적인 호소가 담겨있는 간절한 것이었습니다. ‘원컨대’ 이 말은 ‘제발, 기필코’의 뜻입니다. 조속한 치유를 위해 진실하게 탄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14: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그의 아비가 그의 얼굴에 침을 뱉았을지라도 그가 칠 일간~
죄를 범한 자식에게 침을 뱉는 행위는 유대 사회에 보편화된 관례로서(신 25:9; 욥 30:10, 사 50:6; 막 14:65)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심한 모욕의 표시입니다. 그리고 그 재재 뒤에는 반드시 7일 간의 격리 수용이 뒤따랐습니다. 이렇게 이중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은, 모욕을 더함으로서 회심의 기회를 주고자 함입니다. 미리암과 아론이 월권 행위의 범죄를 저지름으로서 하나님의 명예에 손상을 입혔으므로 최소한 범죄한 자녀에 대한 제재 행위와 동일한 제재는 받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래서 미리암은 7일 동안 진 밖에 갇혀 있게 되었습니다. 7일 간의 기간 중에 미리암의 회개와 하나님의 치유가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즉 하나님 앞에서 모든 죄는 반드시 회개의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구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리암 때문에 이스라엘은 행군을 멈추어야만 했습니다.
16. 그 후에 백성이 하세롯에서 진행하여 바란 광야에 진을 치니라.
이스라엘이 시내 산을 출발한 후 기브롯 핫다아와(탐욕의 무덤)에 이어 두 번째로 진을 친 곳입니다. 이곳은 바란 광야에 위치하였는데, 시내 산 북동쪽 55km 지점으로 오늘날 ‘아인 카드라’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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