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제24장 강해 - 선민의 바른생활 규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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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제24장 선민의 바른생활 규례들

 

  본 장은 14-26장까지 나오는 생활의 여러 분야 중에서 선민으로서 지켜야할 생활 규례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혼에 관한 규례(1-4), 공동체적 사회 규범(5-9), 가난한 자를 위한 담보 면제 규례(10-13), 품꾼의 품삯에 관한 규례(14-15), 연대 처벌 금지 규례(16), 송사 규례(17-18),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한 규례(19-22)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사람이 아내를 취하여 데려온 후에 수치되는 일이 그에게 있음을 발견하고 그를 기뻐하지 아니하거든 이혼 증서를 써서 그 손에 주고 그를 자기 집에서 내어 보낼 것이요.

  ‘수치되는 일(에르와트:ערות)’은 23:14에 나오는 ‘불합한 것’과 같은 단어이며, 더러운 것이나 수치스러운 일을 말합니다. 남편이 아내에게서 후에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성적 악행을 말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간통과 같은 것은 사형에 해당하지 이혼 증서를 써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남자와 혼전 관계를 가진 행위가 탄로 나는 것도 역시 사형 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 사회에서 부끄럽게 여기는 일이나 남편이 불명예스럽게 여길 만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일로서 흉한 상처나 병, 불구 등에 관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이혼 증서를 써 줍니다. ‘이혼 증서(카라트)는 단어 즉 절단, 혹은 단절의 뜻을 가진 단어와 ’조서, 증거(세페르:ספר)‘를 의미를 지닌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이것은 결혼한 남녀가 성경에서는 한 몸이라고 말하는 데 기준하여 이혼은 온전한 한 몸을 두 부분으로 절단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혼 증서를 주게 한 배경으로는 당시 횡행하는 이혼 풍습(레위 21:14)에 제약을 주기 위한 것으로,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의 완악함 때문에 제정된 규례입니다(마 19:8). 즉 당시 구두만으로도 쉽게 이혼하던 것을 법적인 과정을 거쳐 이혼 증서를 써 주게 함으로써 경솔하고 충동적인 이혼으로 인한 가정의 파괴를 막고자 한 것입니다.

2: 그 여자는 그 집에서 나가서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려니와

이혼 증서를 받은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재혼하는 것은 합법적입니다. 그것은 남편이 죽었을 때 남편의 법에서 자유롭게 되는 것처럼(롬 7:2,3) 이혼 증서는 곧 남편의 법에서 해방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3: 그 후부도 그를 미워하여 이혼 증서를 써서 그 손에 주고 그를 자기 집에서 내어 보내었거나 혹시 그를 아내로 취한 후부(後夫)가 죽었다 하자.

  이런 경우는 별로 흔한 경우가 아닐 수도 있지만, 반면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1절과 동일하게 적용이 됩니다.

 

4: 그 여자가 이미 몸을 더럽혔은즉 그를 내어 보낸 전부(前夫)가 그를 다시 아내로 취하지 말지니 이 일은 여호와 앞에 가증 한 것이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시는 땅으로 너는 범죄케 하지 말지니라.

  한 번 이혼한 여자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규정으로, 전 남편에게로 다시 돌아가서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 남편이 이혼을 하고 다른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였지만 또 이혼을 한 경우입니다. 즉 남자의 정욕에 따라 가정이 좌지우지 되는 일을 막는 것이며, 여자들을 남자들의 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5: 사람이 새로이 아내를 취하였거든 그를 군대로 내어 보내지 말 것이요, 무슨 직무든지 그에게 맡기지 말 것이며 그는 일 년 동안 집에 한가히 거하여 그 취한 아내를 즐겁게 할지니라.

  새 가정을 꾸민 자에게 주어진 병역 혜택은 가정을 소홀히 하고 결혼을 경박하게 여기는 당대의 사람들에게 결혼 제도의 신성함을 교훈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새신랑은 군대로 보내지 않은 것은 그 아내를 다른 사람이 취하는 경우가 생겨 부정을 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그 아내를 연민하여 군무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무슨 직무’는 어떤 공적인 의무를 말합니다. 레위인들이 반차를 따라 1년씩 성소에서 봉사하는 것과 같은 일에서도 신혼부부는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민 8:23-26). 그 기간은 1년으로, 애정이 깊어지고 자식의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6: 사람이 맷돌의 전부나 그 윗짝만이나 전집(典執)하지 말지니 이는 그 생명을 전집함이니라.

  맷돌(레하임:רחים)은 곡식을 갈아서 가루로 만드는 데 쓰는 기구로 두 짝의 돌로 되어 있습니다. 이 맷돌은 당시 가정마다 소유하고 있는 생필품으로 이것이 없으면 빵을 구울 가루를 빻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생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일을 금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맷돌만 국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 밖에 없는 겉옷을 저당 잡는 일도 금하고 있습니다(출 22:26,27). 인간의 기본 생활권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7: 사람이 자기 형제 곧 이스라엘 자손 중 한 사람을 후려다가 그를 부리거나 판 것이 발견되거든 그 후린 자를 죽일지니 이같이 하여 너희 중에 악을 제할지니라.

  ‘후려다가(가나브:גנב)’는 훔치는, 도적질하는 뜻으로 어떤 사람을 유괴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유괴하여 그의 생명과 자유를 담보로 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에 대한 형벌은 사형입니다. 이는 남의 자유와 생명을 도적질한 것이므로 자신의 생명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원리입니다(출 21:16).

 

8: 너는 문둥병에 대하여 삼가서 레위 사람 제사장들이 너희에게 가르치는 대로 네가 힘써 다 행하되 곧 네가 그들에게 명한 대로 너희는 주의하여 행하라.

  문둥병(차르아트:צרעת)는 문둥병과 광범위한 피부병도 포함이 됩니다. 레위기 13, 14장에서 말하는 문둥병은 정결 의식이 필요한 여러 피부병을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문둥병에 대하여 삼가서’ 여기에서 ‘삼가서’는 문둥병에 걸리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즉 문둥병에 걸리지 않기 위한 규례(레 13:1-8)와 문둥병을 치료하는 규례(레 14:2)를 잘 지켜 행하라는 것입니다.

 

9: 너희가 애굽에서 나오는 길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미리암에게 행하신 일을 기억할지니라.

  미리암은 모세의 누이로 모세가 이방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인 사실을 비방거리로 삼다가 여호와께 징벌을 받아 문둥병에 걸렸었습니다(민 12:1-16). 여기에서 강조되는 것은 미리암처럼 지도자에게 대항할 때 문둥병에 걸릴 수 있음을 기억하라는 것이 아니고, 미리암이 7일 동안 진 밖에 격리 수용되었던 것처럼 문둥병자에 대해서는 누구나 예외 없이 철저하게 대처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하나님께서 주신 규례들에 불순종하거나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한 경고의 뜻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10,11: 무릇 네 이웃에게 꾸어줄 때에 네가 그 집에 들어가서 전집물(典執物)을 취하지 말고 너는 밖에 섰고 네게 꾸는 자가 전집물을 가지고 나와서 네게 줄 것이며

  저당법에 관한 내용입니다. 동족에게 무엇을 꾸어줄 때에는 이자를 받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담보물은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가진 유리한 입장을 이용하여 자기 마음대로 담보물을 갈취하는 일은 금지되었으며, 채무자가 제시하는 담보만을 취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의 신용을 표시하기 위한 일종의 증거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2,13: 그가 가난한 자여든 너는 그의 전집물을 가지고 자지 말고, 해질 때에 그 전집물을 반드시 그에게 돌릴 것이라. 그리하며 그가 그 옷을 입고 자며 너를 위하여 축복하리니 그 일이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네 의로움이 되리라.

  가난한 자에게서도 성의나 신용의 표시로 제시한 담보물을 취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담보물을 가지고 가서 하루해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규정입니다. 가난한 자가 제시하는 담보물이란 대개 당일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일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하루해를 넘기면 그 가난한 자는 매우 위험하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에 해당하는 담보물은 식사를 위한 빵가루를 만드는 맷돌,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하루 품삯(레 19:13), 낮에는 옷으로, 밤에는 침구로 사용되는 겉옷(13절), 출 22:26,27) 등입니다.

  채무자는 이같이 대하는 채권자들의 자비에 대하여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품어야 하며(마 18:32) 할 수 있는 대로 그 빚을 갚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채권자가 자비를 베풀 때에 채무자는 하나님께 축복기도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므로, 하나님께서는 채권자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실 것입니다.

 

14,15: 곤궁하고 빈한한 품군은 너희 형제든지 네 땅 성문 안에 우거하는 객이든지 그를 학대하지 말며, 그 품삯을 당일에 주고 해진 후까지 끌지 말라. 이는 그가 빈궁하므로 마음에 품삯을 사모함이라. 두렵건대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면 죄가 네게로 돌아갈까 하노라.

  품군은 ‘품삯을 받는 노동자’를 가리킵니다. 노동자는 종이 아닌 자유민에 속하며 품삯은 일당으로 받습니다. 품삯 노동자 가운데는 삯군 목자(요 10:12), 이삭 줍는 자(룻 2:3), 고용 상인(사 16:14) 등이 있습니다. 품군 가운데는 주로 극빈자나 삶의 터전이 없는 이방인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종이 아니기 때문에 종처럼 부리거나 학대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부자인 고용주에게 있어서는 노동자의 품삯이 얼마 되지 않는 돈이니 무심코 지불을 보류하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일당으로 받는 작은 품삯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가난한 품꾼과 그의 가족에게는 생명줄로서 시급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고용주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위험이 없다하여 가난한 자에 대한 관심을 소홀하면 안 되고 그들에게 깊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면 죄가 네게로 돌아갈까’ 여호와께 호소하는 것은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이 사회의 범적 단체나 보호 기관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여 하나님께 직접 그 억울함을 부르짖는 것입니다. 이런 부르짖음에 하나님은 외면치 않으시기 때문에, 공의로운 재판을 통하여 벌을 주실 것입니다. 공의의 재판관이 되시는 하나님께서는 억울함으로 인한 원한에 사무친 그들의 원성을 외면치 않으시고 똑똑히 듣고 계시는 것입니다(출 22:22-24).

 

16: 아비는 그 자식들을 인하여 죽임을 당치 않을 것이요 자식들은 그 아비를 인하여 죽임을 당치 않을 것이라. 각 사람은 자기 죄에 죽임을 당할 것이니라.

  한 사람이 죄를 지었을 때에, 그 가족에게까지 죄를 묻는 연대처벌법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가장이 죄를 지었을 때 온 가족 심지어는 친척까지 처형을 당하는 이방 국가와 같은 악행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통치자의 폭정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통치자는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여호와의 백성을 섬긴다는 자세를 늘 명심하여야 합니다.

 

17,18: 너는 객이나 고아의 송사를 억울하게 말며 과부의 옷을 전집하지 말라. 너는 애굽에서 종이 되었던 일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거기서 속량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러므로 내가 네게 이 일을 행하라 명하노라.

  법을 집행할 때에 객이나 고아의 송사를 억울하게 재판하지 말며, 저당물을 내어 놓지 않는 과부에 대하여 서럽게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객, 고아, 과부 등은 성경에서 가장 힘없는 자의 전형입니다. 그들은 가난하고 가진 것이 없어 남에게 억울함을 당하고, 사회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무시되기 쉽습니다. 이런 자들을 먼저 우선적으로 법적 보호를 받도록 하였습니다. 그 근거는 이스라엘도 애굽에서 힘없고 압제를 받은 객이었다가 여호와로 말미암아 속량을 받아 지금의 자유와 부를 소유하는 데 까지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종의 사슬에 매여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베푸신 큰 은혜를 받은 자라면 과부의 옷을 저당 잡지 못했다 하여 핍박하는 몰인정한 짓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즉 많은 빚을 진 자가 적게 빚을 진 자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레 19:33,34; 마 18:21-35; 눅 7:41,42; 16:5). 이 규정은 이스라엘 사회가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19: 네가 밭에서 곡식을 벨 때에 그 한 뭇을 밭에 잊어버렸거든 다시 가서 취하지 말고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버려두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손으로 하는 범사에 복을 내리시리라.

  ‘뭇(오메르:עמר)’은 ‘쌓다, 모으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곡식 더미 혹은 곡식 단’이란 뜻입니다. 이것은 부피 단위인 ‘오멜’로도 쓰입니다.(출 16:16,36). 따라서 곡식을 수확할 때 옮기는 과정에서 곡식 단으를 떨어뜨렸을 경우 다시 그것을 가지러 가지 말고 가난한 자를 위하여 다른 사람이 주을 수 있도록 하라는 규례입니다(레 19:8,10:23:22;룻2:15,16).

 

20,21: 네가 네 감람나무를 떤 후에 그 가지를 다시 살피지 말고 그 남은 것은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버려두며, 네가 네 포도원의 도로를 딴 후에 그 남은 것을 다시 따지 말고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버려두라.

  감람나무나 포도나무의 수확 시에는 그 과일의 익을 정도를 보고 수확하기 때문에 한 번에 다 거두어 들이지 못하며 덜 익은 것은 2차 수확 시에 거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2차 수확 시에 거두어들인 과일은 어느 정도 철이 지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상품 가치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그것을 남김없이 다 거두어들인다는 것은 지나치게 자기 욕심을 채우는 몰인정한 행위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객과 고아와 과부들이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하여, 비록 자신에게는 손해가 있더라도 자선을 베풀라는 뜻입니다.

 

22: 너는 애굽 땅에서 종 되었던 것을 기억하라 이러므로 내가 네게 이 일을 행하라 명하노라.

  가난하여 남에게 외면당하기 쉬운 자들에게 선을 행하라라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그 명령은 무조건적인 강압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먼저 사랑으로 은혜를 베푸셨기 때문에 우리는 자발적으로 이웃에 대한 사랑과 은혜를 베푸는 마음으로 선을 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자들에게 행하는 것은 곧 하나님께 보답하는 행위라고 주님께서 가르쳐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