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제21장 강해 - 성결을 위한 규례들
본 장은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서 살아가는 동안 발생하는 일들을 잘 해결하고 처리하여 택한 백성으로서의 성경을 유지하게 하는 규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절은 살인자를 알 수 없는 피사체가 발견되었을 때의 처리법이며, 10-14절은 이방 여인을 아내로 삼을 때의 규정이며, 15-17절은 장자권에 대한 규정, 18-21절은 패역한 아들에 대한 징벌 규례이며, 22-23절은 사형수의 시체 처리에 관한 규례들입니다.
1: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어 얻게 하시는 땅에서 혹시 피살한 시체가 들에 엎드러진 것을~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은밀하게 살해된 시체(민 19:16)가 엎드러진 채로 발견된 경우를 말합니다. 정당한 사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민 35:19), 임의로 살인을 행함으로써 사법적 공의 실현에 위협이 된 경우를 말합니다. 인간이 통치하는 이방 국가에서 조차도 이런 경우의 사건이 자주 발생하게 되면 그만큼 사법적인 권위가 실추되고 온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기 마련인데, 하나님께서 직접 통치하시는 신정 국가에서 이런 사건이 생긴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무고한 피의 호소를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창 4:10; 사 26:21) 이런 악은 그대로 간과하지 않으실 것입니다(전 3:15).
2: 너의 장로들과 재판장들이 나가서 그 피살한 곳에서 사면에 있는 각 성읍의 원근을 잴 것이요
정체불명의 살인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의 첫 번째 조치로, 지방 재판소의 구성원들인 ‘장로들과 재판장들’이 시체가 발견된 지점에서 각 성읍의 원근을 재어 가장 가까운 성읍에서 사건을 처리하도록 하였습니다. 물론 가장 가까운 마을에 살인자가 있다거나 모든 책임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정결법 상 시체가 가장 가까운 마을이 부정이 가장 많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며, 또한 행정적으로 그 성읍의 관할 구역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처리의 책임을 맡기는 것입니다.
3,4: 그 피살한 곳에서 제일 가까운 성읍 곧 그 성읍의 장로들이 아직 부리우지 아니하고 멍에를~
그 마을의 장로들은 ‘멍에를 메지 아니한 암송아지’를 취하여, 물이 흐르는 시내로 가서 목을 꺾어 죽이도록 했습니다. 멍에를 메지 아니한 송아지는 순결하고 흠이 없는 제물이며, 죄로 인한 속박을 받지 않은 것을 상징합니다. 즉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드리는 제물은 흠과 티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제물은 죄인을 위해 자신을 하나님께 희생 제물로 드리신 죄와 흠이 없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것입니다.
5: 레위 자손 제사장들도 그리로 올지니 그들은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사 자기를 섬기게~
송아지를 잡은 흐르는 시내로 오는 제사장들은 송아지를 잡는 의식을 집정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의 종으로서 참관인 자격으로 오는 것입니다. 그 사건이 하나님의 뜻대로 잘 해결되는지를 감독하고 판결하는 것으로, 하나님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하겠습니다. 제사장들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선언하게 되면, 하나님께서 인정하신 것으로 간주하고 마무리가 되는 것입니다.
6,7: 그 피살된 곳에서 제일 가까운 성읍의 모든 장로들은 그 골짜기에서 목을 꺾은 암송아지 위에~
장로들은 자기 성읍을 대표하여 손을 씻는 상징적 행위를 하여 자신들이 그 피흘림에 대해 무죄함을 나타내며, 죄 등을 없애 버림을 뜻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행위를 하여 하나님 앞에 불의한 피흘림의 죄를 결코 범하지 아니하겠다는 맹세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두로 피흘림에 대하여 무죄하며, 목격하지도 못했음을 증언하게 됩니다. 이는 살인자를 자기 성읍에 숨겨 죄를 은닉하는 일이 없음을 맹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8: 여호와여 주께서 속량하신 주의 백성 이스라엘을 사하시고 무죄한 피를 주의 백성 이스라엘 중에~
'속량하신(파다:פדה)‘은 ’풀어주다, 끊다‘는 뜻으로 속전을 주고 노예를 풀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사망의 굴레에서 풀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호 13:14). 여기에서는 이스라엘을 애굽의 바로의 손에서 구원해 주신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암송아지의 죽음을 살인자의 죽음으로 대신하여 속량물(사 43:3)로 삼으시고 이스라엘의 죄에 대해서는 완전히 덮어달라고 하는 기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 없는 분이지만 불의한 자를 위하여 죽으셨을 때(벧전 3:18) 바로 이와 같은 대속의 사역을 행하신 것입니다.
9: 너는 이와 같이 여호와의 보시기에 정직한 일을 행하여 무죄자의 피 흘린 죄를 너희 중에서~
살인자를 모르는 경우에는 암송아지의 목을 꺾는 의식을 통하여 피흘림의 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아한 점은 왜 하나님께서 살인자를 끝까지 찾아내도록 명하시지 않고, 또 초자연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범을 찾아내지 않으시는 것일까 하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규정은 하나님께서 죄를 심판하실 때는 특정한 죄인에 대한 징벌을 위해서가 아니라 죄의 예방 효과를 최대한 높여 이스라엘 공동체가 여호와 앞에서 순결하도록 하는 목적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또 하나님께서 친히 다스리시는 신정 국가이지만, 하나님을 대신하는 재판관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규레를 통하여 그들의 권위를 세우고 이스라엘의 지도자를 통하여 사회 기강을 확립하기 위함입니다.
10: 네가 나가서 대적과 싸움함을 당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 손에 붙이시므로~
본 절부터는 아내로 삼을 수 있는 포로에 대한 규례입니다. 그러나 가나안 종족에 대해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가나안 종족은 모든 호흡이 있는 것들을 진멸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20:16). 따라서 가나안 족속을 제외한 이방 족속 모두에 해당한다고 하겠습니다.
11: 네가 만일 그 포로 중의 아리따운 여자를 보고 연련하여 아내를 삼고자 하거든
이스라엘에서는 전쟁의 포로 중에서 아내를 삼는 일이 있었는데, 이미 결혼한 남자라도 첩으로 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조치는 전쟁 중에 욕정이 강한 군사들이 함부로 이방 여인을 강간하거나 강탈하거나 그 외의 학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아내로 삼고자 할 경우에는 여인은 사내를 알지 못하는 순결한 처녀여야만 합니다(민 31:18). 이는 선민으로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거룩성을 전쟁터에서라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12,13: 그를 네 집으로 데려갈 것이요 그는 그 머리를 밀고 손톱을 베고 또 포로의 의복을 벗고~
이런 것을 행하는 것은 일종의 정결 의식입니다(레위기 14:8,9). 즉 본래 소유하고 있던 이방 풍습을 버리고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개종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방 남자가 유대교로 개종하고자 할 때에 할례 의식을 행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습니다. 또 포로로 잡힐 때에 입고 있던 옷을 벗어야 합니다. 더 이상 포로일 수가 없으며, 합법적인 이스라엘 백성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후에는 1개월 동안 부모를 위하여 애곡하는 기간을 가져야 합니다(34:8; 민 20:29). 자기 민족과 부모를 잃어버린 것을 스스로 위안하여 안정을 찾게 하고, 새롭게 남편으로 맞이할 사람에 대하여 전심으로 사랑하며 섬길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즉 이전의 삶과의 단절과 새로운 삶의 출발을 위한 것입니다.
14: 그 후에 네가 그를 기뻐하지 아니하거든 그 마음대로 가게하고 결코 돈을 받고 팔지 말지라~
포로를 아내로 삼았는데, 그 후에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얼굴은 예쁜데 마음은 부드럽지 않다고 할 경우입니다. 부부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그런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인 문제로 인하여 이스라엘 백성이 되기를 거부하고 자기 조국으로 돌아가고 할 때를 말합니다. 그럴 때는 그녀가 원한다면 내보내도록 하였습니다. 금지할 것은 절대로 돈을 받고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한 번 아내로 삼았기 때문에 정당한 이혼 수속을 거치는 것이며, 이스라엘 사람의 아내가 되기를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아내로 삼음으로 인하여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 보내지 않고 종으로 삼아 일을 시키지도 못하게 하였습니다. 이는 당시 포로들에 대하여 혹독한 대우를 하는 것과는 달리 인간으로서의 대접을 받도록 하였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15: 어떤 사람이 두 아내를 두었는데 하나는 사랑을 받고 하나는 미움을 받다가 그 사랑을~
고대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일부다처제를 인정하여 여러 여인을 아내로 삼는 것이 보편적이었습니다. 그럴 때에 생기는 문제 중에 하나가 상속권입니다. 본처를 싫어하여 애첩을 맞아들였을 경우, 본처의 소생이 실제적으로 장자임에도 불구하고 애첩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 소생에게 장자권을 상속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폐단을 막기 위해 주어진 규례입니다.
16: 자기의 소유를 그 아들들에게 기업으로 나누는 날에 그 사랑을 받는 자의 아들로 장자를 삼아~
아내들 중에서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 일이 생겨날 수 있는 일부다처제 상황 아래서 장자의 권리와 관련하여 아버지의 권위에 대하여 한계를 정해 놓았습니다. 아들들에게 재산을 분배할 때 임의로 사랑하는 아내의 소생이 차자인데도 불구하고 장자의 권리를 그에게 함부로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 아래서도 장자의 권리에 대한 법을 준수하도록 하였습니다.
17: 반드시 그 미움을 받는 자의 아들을 장자로 인정하여 자기의 소유에서 그에게는 두 몫을~
장자의 권리는 유산을 상속 받을 때에 차자보다 2배를 더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장자의 권리가 박탈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르우벤처럼 부도덕한 행실로 인하여 아비를 욕보인 경우입니다(창 49:3,4; 대상 5:1). 장자는 그 아비가 처음으로 세상에 심기 시작한 씨이며, 그로 말미암아 그 아비의 후대에 전파가 되는 것입니다.
18: 사람에게 완악하고 패역한 아들이 있어 그 아비의 말이나 그 어미의 말을 순종치 아니하고~
이는 불효자에 대한 처벌 규정입니다. 일차적으로 불효자에 대하여 그 부모가 징책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런 권위는 사회의 기초가 되는 가정의 질서를 보호하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것입니다(출 21:15,17; 레위기 20:90). 그런데 이 같은 부모의 권리에 대하여 아들이 반항하여 도전한다는 것은 곧 하나님께서 세우신 창조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이므로 그 문제는 단순히 일개 가정의 문제로 국한 되지 않으며 사회적, 국가적 문제로 확대가 되고, 그 아들은 그 성읍의 재판소에서 처벌을 받았습니다.
19,20: 그 부모가 그를 잡아가지고 성문에 이르러 그 성읍 장로들에게 나아가서 그 성읍 장로들에게~
고대 세계에서는 성문에 있는 공터가 곧 재판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성읍 장로는 그 지방의 재판관입니다. 레위인 제사장로 재판관이지만, 민사의 경우에는 장로의 소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재판정까지 아들을 데려오려면 그 불효가 매우 심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일반적인 불효에 방탕하고, 술에 잠긴 자일 경우에 데려오는 것입니다. 도덕적인 상태가 해이하고 악행을 일삼는 자는 부모의 말을 결코 듣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21: 그 성읍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돌로 쳐 죽일지니 이같이 네가 너의 중에 악을 제하라~
패역한 아들을 그 부모가 법정에 고발함으로써 그 아들은 돌로 쳐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이런 극형은 부모를 공경하는 문제를 하나님께서 얼마나 크게 보고 계셨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의 공동체는 부모를 공경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22,23: 사람이 만일 죽을 죄를 범하므로 네가 그를 죽여 나무 위에 달거든, 그 시체를 나무 위에~
이는 사형이 집행된 범죄자의 시체를 처리하는 규정입니다. 그 시체를 나무 위에 달게 하는 것은 공의가 실현되었음을 공개적으로 알려 그 같은 죄악을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그 시체는 밤새도록 나무 위에 두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저주를 받은 것으로,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율법의 의를 범함으로 인하여 주어진 심판을 받은 것입니다. 그는 나무에 달림으로써 땅에서도 격리되고 하늘에서도 버림을 받은 저주받은 자의 전형적인 신세입니다. 시체만으로도 부정한데, 저주를 받은 시체는 더욱 부정하므로 장사하도록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는 것은 로마의 형법에 의한 것이지만,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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