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제18장 제사장과 레위인의 규례
하나님의 구속사는 창조 때부터 오늘날까지 또 주님 오실 그 날까지 영원토록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이 구속사의 원리가 구약시대에는 율법으로 주어졌습니다. 이 율법은 이스라엘 백성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정확무오한 지침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지침을 집행할 자를 레위인으로 지목하셨습니다. 레위 지파 중에서 아론 가문에 속한 제사장들과 일반 레위인들은 맡은 바 직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선민공동체의 신앙생활 지도의 책임을 맡은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사장과 레위인들에 대한 규례는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민수기에 나오는 규례는 레위인과 민수기 전반부에 걸쳐 나오는 내용들을 객관적으로 재정리하여 요약한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앞 장에서의 사건들 즉 모세와 아론의 권한에 대한 도전으로 인하여 다시 한 번 출애굽 제2세대들을 가르쳐주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반부 1-7절은 기본 직무, 중반부 8-20절에서는 생활 보장을 위한 규정, 21-32절은 일반 레위인들의 생활 보장을 위한 규정입니다.
1-7은 제사장들의 고유 직무와 제사장을 도와 성막 봉사에 참여할 일반 레위인들의 직임에 관한 언급입니다.
1: 여호와께서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와 네 아들들과 네 종족은 성소에 대한 죄를 함께 담당할 것이요~
여기에서 보면 하나님께서 아론을 부르시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언제나 모세를 통하여 말씀을 주시거나 혹은 함께 부르셨는데, 여기에서는 아론만을 부르신 것에 주목을 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론의 싹 난 지팡이의 기적을 보여주신 이후에 아론의 대제사장 권한이 강화되었음을 백성들에게 분명히 알게 하시려 함입니다.
‘성소의 죄’ 성막 책임자인 레위인들 이외의 사람들이 성소에 출입하거나 제사장 이외의 사람들이 성소 기물에 소을 대는 행위로 인하여 하나님의 위엄과 성결을 훼손시키는 죄를 말합니다(출 28:38; 레 16:20). ‘제사장 직분에 대한 죄’는 제사장의 직무 태만, 규례 위반, 일상 범죄 등을 총괄적으로 일컫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거룩하다고 인치신 제사장들에게도 죄가 있을 수 있다고 간주하신 것은 아무리 거룩하게 보이는 인간이라 할지라도 결국 실수투성이의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신 1:41-43; 왕하 20:12,13; 행 21:4, 10-15; 롬 3:10).
제사장이라 할지라도 죄에 대한 면책 특권은 누릴 수 없음을 하나님께서 분명히 언급하신 것은 죄의 개별적 책임성을 강조하신 것으로써(겔 18:4, 20, 30), 오늘날 성직자들에게 직분을 남용하는 범죄를 저지르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입니다(20:10-13; 막 7:6-9; 고전 9:18; 11:17-21; 갈 5:13; 벧후 2:10-22).
2: 너는 네 형제 레위 지파 곧 네 조상의 지파를 데려다가 너와 합동시켜 너를 섬기게 하고~
대제사장 직분을 계승할 아론의 후손들을 제외한 모든 레위인들을 가리켜 ‘네 형제 레위 지파’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합동시켜’ 하나가 되게 하라는 뜻입니다. 즉 레위인들 모두를 제사장 직분을 수행하게 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들 모두를 성막 봉사를 위해 골고루 책임 분담을 시켜서 온전한 제사를 수행하도록 하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향기로운 제사를 받으시기 위한 조치로서, 오늘날 교회 조직이 단순히 인간적인 방편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 기쁨을 드릴 목적으로 개편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출 19:10-13; 20:3; 레 10:3; 시 5:7; 전 5:1; 합 2:20; 요 4:24).
3. 네 직무와 장막의 모든 직무
아론과 그 아들들이 성소에서 행한 제물을 드리며, 분향하고, 떡을 진설하는 일 및 성막 이동시의 모든 업무와 보호 임무(1:49-53), 제사 업무 등을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기름 부어 세운 제사장 이외에는 그 누구도 거룩하게 성별된 기물을 만질 수 없었으며 제단에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출 30:22,23). 하나님께서 이러한 규례를 제정하신 이유는 예배를 위한 책임 구분을 분명히 하심으로써 예배 자체가 혼탁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시려 함입니다.(출26:33; 레 11:45; 겔 41:4; 눅 1:74, 75; 고후 7:1)
4: 외인은 너희에게 가까이 못할 것이니라.
여기에서 외인은 레위 지파를 제외한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거주자 등입니다.
5: 너희는 성소의 직무와 단의 직무를 지키라.
성소의 직무는 성소와 관련된 모든 임무를 가리키며(레 24:3,4; 대하 13:11), 단의 직무는 제사 집행과 관련된 모든 임무입니다(레 1:4-17; 6:12, 23). 이 두 직무는 제사장들만이 수행할 수 있던 고유 직무입니다. 따라서 본 절에서의 ‘너희’는 아론과 그 후손‘을 가리킵니다.
6: 레위인을 취하여 내게 돌리고 너희에게 선물로 주어 회막의 일을 하게 하였나니
만일 하나님께서 제사장에게만 예배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면 그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이겨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레위인들로 성막 봉사를 분담하게 한 것은 제사장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한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이기도 한 것입니다. (창 6:8; 시 84:11; 행 8:18-20; 딛 3:5)
7: 단과 장(帳) 안의 모든 일에 대하여 제사장의 직분을 지켜 섬기라.
단의 직무는 제사 집행과 관련된 모든 일이며, ‘장 안의 일’은 성소의 일입니다. 장막 안에 있는 모든 기구를 관리할 의무가 제사장에게 주어져 있으며, 레위인들이라도 이 일은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사장 직분은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하나님의 일을 맡은 자는 하나님께서 특별히 고르고 뽑고 지명하며 부르신 고귀한 자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8-20절은 제사장의 분깃에 관한 규례입니다. 제사장은 레위 지파 소속으로 다른 지파의 사람들과는 달리 기업을 분배 받지 않았으며, 평생을 성막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전념해야 합니다. 이러한 제사장들의 생계를 위하여 주어진 규례입니다.
8: 그것을 너와 네 아들들에게 영영한 응식으로 주노라.
이제 제사장의 직무와 책임이 밝혀졌기 때문에, 그 유지를 위한 규정이 정해집니다. ‘거제물’은 백성들에 의해 하나님께 바쳐졌다가 다시 제사장에게로 되돌려지는 몫입니다.(레 7:30-34) ‘영영한 응식’은 생계 수단이 없는 제사장들에게 하나님 자신의 몫을 직접 분배해 주신 것을 말합니다. 즉 생계로 인한 염려 때문에 하나님의 일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며(빌 4:6; 벧전 5:7), 제사장들이 생계유지를 목적으로 하나님과 사람 앞에 범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며(신 8:11-14; 호 4:7; 딤전 6:10), 제사장들이 육신의 소욕 대신 영적인 소욕을 따라 살도록 하기 위함입니다(요 7:38, 39).
9: 지성물 중에 불사르지 않은 것
지성물은 지극히 성스러운 예물로 하나님께 구별하여 드린 제물을 가리키며, 불사르지 않은 것은 번제물 이외의 제물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그 중에서 ‘소제, 속죄제, 속건제물’을 제사장의 응식으로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전체를 다 주는 것이 아니며, 소제물 중 고운 가루(6:14-17), 그리고 속죄제와 속건제물 중 고기와 가죽 부분을 제사장이 할당 받게 되어 있습니다(레 6:24-30).
10: 지극히 거룩하게 여김으로
본래의 뜻은 ‘가장 거룩한 곳에서’입니다. 이 표현은 보통 지성소를 나타내는 ‘회막 뜰에서’란 의미를 나타냅니다(출 26:33). 그러나 여기에서는 그런 의미를 띨 수 없기 때문에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첫째 레 6:16, 26:7:6에서 ‘거룩한 곳’이라 불리워지는 곳으로, 소제와 속죄제와 속건 제물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를 의미합니다. 둘째 이 표현은 4:4과 위의 9절에서와 같이 지성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성물’을 의미합니다. 두 의미 모두 큰 무리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남자들이 다 먹을지니라.’ 이 말은 제사장들만 할당을 받은 제물을 먹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사장의 직계 가족과 돈을 주고 산 그의 종들에게까지 그 제물을 먹을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습니다.(레위기 22:10).
11: 내게 돌릴 것이 이것이니 곧 이스라엘 자손의 드리는 거제물과 모든 요제물이라.
제사장 집의 모든 정결한 가족이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거룩한 선물의 두 번째 목록입니다. 그 거룩한 선물에는 ① 모든 흔든 요제물 ② 모든 종류의 첫 소산(12,13절) ③ 특별히 드려진 것 전체(14절) ④ 처음 난 것 전체 혹은 그 대속물 전체입니다.(15,17,18절) ⑤ 거제로 드리는 모든 성물(19절)입니다. ①③⑤은 그 분량에 있어서 일정하지 않지만, ②④의 경우 백성들이 정직하게 드린다면 소산이나 음식의 분량이 대단했을 것입니다.
요제물은 요제의 제물로 희생 제물의 우편 어깨를 제단을 향해 바쳤다가 다시 받는 동작은 취하는 제사의 제물로 거제와 함께 제사장의 분깃으로 돌려졌습니다(출 29:24; 레 7:30; 8:27) 초태생 중에서 사람의 경우에는 반드시 대속을 해야 합니다. 사람을 제물로 드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 양, 염소 등과 같이 거룩하다고 인정되는 동물은 다른 것으로 대체시킬 수 없으며 그대로 헌납해야 합니다(출 29:19-28).
이와 같이 제사장에게 돌리는 규례를 가리켜 ‘소금언약’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소금은 음식 맛을 낼 때나 제사 시 희생 제물에 그리고 방부제 등으로 사용되는 필수불가결한 것입니다. 그리고 소금 언약이라는 말에는 본래 친구들이 어울려 떡을 소금에 찍어 먹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소금’의 불변성을 부각시켜 ‘영원한 우래’를 일컫던 히브리 관용어입니다(대하 13:5; 막 9:50; 골 4:9).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 말을 사용하셨던 것은 그 의미를 약간 달리하여 제사장 분깃에 대한 자신의 약속이 영원토록 폐기되거나 퇴색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창 26:34; 레 2:13; 눅 1:37; 히 6:13-18).
20: 나는 이스라엘 자손 중에 네 분깃이요 네 기업이니라.
레위 지파에 있어서 오직 하나님만이 전 재산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제사장은 여호와의 특별한 기업이듯이 여호와 또한 제사장의 특별한 기업입니다. 그러므로 여호와께 전적으로 헌신하고 봉사하는 그들은 여호와로부터 나오는 모든 것을 자신들의 분깃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레위인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최고의 재산으로 간주하는 땅 뿐만 아니라 생계 활동마저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신 12:12; 수 14:3). 그러나 그들은 전능하신 하나님을 직접 모실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던 것입니다.
21-32절은 레위인의 분식의 내용입니다. 레위인의 분깃이 된 십일조에 관한 규례입니다.
21: 내가 이스라엘 십일조를 레위 자손에게 기업으로 다 주어서~
일년 생산량과 전리품의 십분의 일을 감사의 뜻으로 하나님께 헌납하는 행위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고대 근동 민족들에게 널리 시행된 관례입니다. 특히 이스라엘에 있어서 십일조의 헌납은 아브라함이 멜기세덱에게 바쳤던 십일조(창 14:20) 및 야곱의 십일조 서원(창 28:22)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무는 모세시대 때 구체화 되었습니다(대하 31:5; 느 10:38; 말 3:10; 마 23:13).
22: 이 후로는 이스라엘 자손이 회막에 가까이 말 것이라 죄를 당하여 죽을까 하노라.
이스라엘 백성들은 선행 뒤에는 필연코 보상이 뒤따르지만 악행 뒤에는 반드시 죽음이나 저주의 징계가 따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고취시켜 주시는 모습입니다.
23: 오직 레위인은 회막에서 봉사하며 자기들의 죄를 담당할 것이요~
레위인들에게 주어진 특권 속에는 면책 특권까지 포함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습니다.
24: 여호와께 거제로 드리는 십일조
백성들이 드리던 십일조가 모두 레위인에게 돌아갔던 것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입니다(18:21-24). 십일조는 레위인들의 생계 보장 외에도 성전 기물 보수와(신 12:6; 14:22-27), 구제 사업을 위해서도 쓰였습니다(fp 25:5; 신 26:12-15).
26: 십일조를 너희가 그들에게서 취할 때에 그 십일조의 십일조를 거제로 여호와께 드릴 것이라.
십일조는 백성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레위인도 십일조를 드려야만 하였습니다. 하나님께 봉헌하는 것은 누구도 예외가 없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십일조는 누구에게나 의무사항입니다.
27: 내가 너희의 거제물을 타작 마당에서 받는 곡물과 포도즙 틀에서 받드는 즙 같이 여기리니.
하나님께서 레위인들이 드린 십일조를 일반 백성이 드린 십일조와 똑 같이 소중하게 여기신다는 뜻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레위인들을 무위도식하는 자들로 간주하지 않으시고 성실한 일꾼으로 인정하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성직자들을 가리켜 특히 불신자들은 성도들의 돈을 갈취하는 사기꾼 정도로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직자를 결코 편한 직업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28: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에게서 받는 모든 것의 십일조 중에서 여호와께 거제로 드리고~
레위인들 모두 백성들의 십일조에서 자신들이 또 십일조를 드리고, 그것은 아론에게로 돌렸습니다. 하나님께는 아름다운 것을 드리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최상의 것을 말합니다. 누구든지 하나님 중심으로 살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물질이 있는 곳에 인간의 마음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셨고(신 8:13,14), 세상적인 것에 인간의 마음을 빼앗기는 것을 원치 않으셨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하신 것입니다.
31: 권속
한 집안에 딸린 식구를 의미하는데, 여기에서는 레위인의 직계 가족 외에 돈을 주고 산 종들도 포함됩니다. 이 모든 식구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응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들이 회막에서 일을 하였고, 하나님께서는 그 대가로 지불해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32: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의 성물을 더럽히지 말라.
레위인들로 하여금 백성들이 낸 십일조를 착복하거나 유용하지 말 것을 경고하시는 말씀입니다(레 22:2). 만일 레위인이 이 규례를 어길 경우에는 하나님께만 아니라 백성들에게도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므로 가중처벌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또한 성도들이 정성스럽게 바친 헌금을 성직자들이 사사로이 쓴다는 것은 용서 받지 못하는 죄임을 예시해 주고 있습니다. 개척교회는 유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교회에서 성직자가 헌금을 유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성도가 그것을 캐내어 처벌을 하려고 하면 안 되고,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합당하게 처리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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