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제25장 강해 : 성막에 관한 규례
제25-31장은 성막 제도에 대한 규례입니다. 성막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처소인 동시에 백성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입니다. 성막의 1차적 목적은 각종 제사를 통하여 택한 거룩한 백성과 언약의 교제를 계속하시기 위한 장소의 확보입니다. 또한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성막은 본질적으로는 구속사의 영원한 임마누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합니다. 따라서 성막 제도는 우리를 구원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의 부분 부분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예표합니다. 또한 성막은 주님의 승천 이후 각 성도의 인격 안에 보혜사 성령이 내주하심을 예표하기도 합니다. 신약에서는 우리의 육신이 곧 성령이 내주하시는 성전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고전 3:16).
본 장은 성막 선축에 앞서 다짐한 두 가지의 내용을 먼저 1-9절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성막에 쓰일 물질이 우선적으로 이제 선민이 된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바치는 헌물로 충당되어야 한다는 사실과(30:11-16), 그 성막 제도가 인간의 고안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헌물은 신앙생활 속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하나님을 섬기는 것은 인간의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대로 행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롬 12:2; 엡 5:17). 그리고 뒤이어 각 성막 기구에 대한 계시가 중요도 순으로 주어ㅣ고 있습니다. 성막 제도 계시의 첫 부분인 본 장에서는 우선 지성소와 성소 안에 배치된 기구들인 법궤(10-22절), 떡상(23-30절), 등대(31-40절)에 대한 규례가 주어졌습니다.
1-9절: 성막 자재로 사용될 예물들 - 성막 건립에 필요한 각종 예물에 대한 내용으로, 즐겨내는 마음으로 예물을 드릴 것이 명령되고 있으며, 요구되는 예물이 열거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성막을 건립하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1,2: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하여 내게 예물을 가져 오라 하고 무릇 즐거운 마음으로 내는 자에게서 내게 드리는 것을 너희는 받을지니라.
여호와께서는 백성들로 하여금 예물을 가져오게 하셨지만, 받으시는 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내는 자에게서 드리는 것만을 받도록 하셨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점입니다. ‘즐거운 마음’은 예물을 드리는 자의 바람직한 자세를 말합니다. 즉 하나님은 즐겨 내는 자는 사랑하시나 인색함으로나 억지로 드리는 자의 예물은 열납하지 않으신다고 하셨습니다(고후 9:7).
3: 너희가 그들에게서 받을 예물은 이러하니 금과 은과 놋과
성막 건축을 위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헌납할 예물의 목록 중에서 금과 은과 놋이 열거되고 있습니다. 이는 각종 귀금속과 패물, 돈 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가운데 금은 법궤, 속죄소, 그룹, 채, 대접, 등대, 그리고 제사장의 옷의 각 부분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고, 은은 성막의 받침대, 뜰의 기둥, 갈고리와 가름대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으며, 놋은 성막의 모든 기구와 말뚝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습니다.(25-28장) 이스라엘 민족은 광야 생활 중이지만 상당량의 재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야곱과 요셉 등 조상으로부터 받은 재산과, 출애굽 직전 애굽 사람들로부터 많은 금은보화를 받았으며(3:21,22; 12:36),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취한 전리품이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4: 청색 자색 홍색 실과 가는 베실과 염소 털과
갖가지 색으로 염색한 양털로 짠 실들을 말합니다. 청색은 당시 애굽에서 가장 널리 쓰인 염료로서 남색과 유사한 색이며, 자색은 수리아 부근의 지중해에서 널려진 조개로부터 채취한 염료에서 추출한 색이라고 하며, 홍색은 개똥벌레(coccus ilicis)의 유충으로 제조한 염료에서 추출한 색이라고 합니다. ‘가는 베실’은 애굽 산 아마(亞麻)나 무명천에서 빼낸 희색의 고급 실이며(26:1,31,36; 28:6,15), 염소 털은 성막 덮개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었으며(26:7) 습기에 잘 견딥니다. 이 염소 털은 손재간이 뛰어난 슬기로운 여인들에 의해 천막으로 만들어졌습니다(35:26).
5: 붉은 물들인 수양의 가죽과 해달의 가죽과 조각목과
붉게 염색한 양 가죽은 출 애굽 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가지고 나온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는 당시 애굽이나 리비아인들의 염색 기술이 뛰어났고 특히 이들이 붉게 물들인 짐승의 가죽은 매우 고가품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해달의 가죽’은 돌고래, 상어, 물개, 바다소 등의 가죽을 말합니다. ‘조각목’은 시내 반도, 애굽, 아라비아 반도 등에 널리 서식하는 아카시아 나무의 일종으로 보통 아카시아보다 훨씬 큰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가볍고 재질이 단단하며 이 지역에서 넓고 두터운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나무였기 때문에 건축 자재로 널리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싯딤(Shittim) 나무)라고도 합니다.
6: 등유와 관유에 드는 향품과 분향(焚香)할 향을 만들 향품과
등유는 감람 열매(올리브)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성소의 등불을 밝히는데 사용되었습니다. ‘관유’는 몰약, 창포, 육계, 계피 등에 향품을 섞어 만든 기름입니다(30:23-25). 이 기름은 성소의 기구나 제사장을 성별할 때 사용이 되었습니다. ‘분향할 향을 만들 향품’ 분향할 향은 성소의 휘장 팡 한 가운데 놓인 분향단에서 사를 향을 말합니다. 이 향은 소합향, 나감향, 풍자향, 유향을 동일한 비율로 섞어 만들어졌습니다(30:34-36). 대제사장은 이렇게 특별한 방법으로 제작된 향으로 매일 2회 조석으로 하나님께 분향해야 합니다(30:7,8).
7: 호마노며 에봇과 흉패에 물릴 보석이니라.
호마노는 여러 광물질이 혼합되어 흰색이나 적갈색 줄무늬를 이룬 보석으로 대제사장의 에봇에 2개, 그리고 흉패의 네 번째 줄 두 번째에 사용되었습니다.(28:9-22) 에봇은 제사장의 겉옷이며, 흉패는 에봇의 앞가슴에 달린 장식입니다. 에봇은 양 어깨의 견대에 2개의 큰 호마노가 장식되어 있었으며(28:6-14), 흉패는 이스라엘 12지파를 상징하는 12개의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28:21).
8,9: 내가 그들 중에 거할 성소를 그들을 시켜 나를 위하여 짓되, 무릇 내가 네게 보이는 대로 장막의 식양과 그 기구의 식양을 따라 지을지니라.
‘그들 중에 거할 성소’는 하나님께서 백성을 만나는 곳인데, 항상 성소에만 계신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무소부재(無所不在)’하시며 천지에 충만한 분이시기 때문에(렘 23:24) 어느 한 곳에만 거하지 않으십니다. 특히 성도의 마음 가운데에도 항상 거하시는 분이십니다(고전 6:19; 고후 6:16). 그러나 성소가 하나님의 공식적인 현현(顯現)을 위해서 하나님 자신이 특별히 지정하신 장소로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내가 네게 보이는 대로’ 성막을 만들도록 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환상 가운데 성막의 모형을 보여주신 것으로, 성막은 인간의 창작품이 아니라 신적인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히 8:2)
10-40절: 성막 내부에 있어 가장 중추적인 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법궤와 속죄소, 떡 상 곧 진설병상, 등대 등의 식양에 대한 규례입니다.
10: 그들은 조각목으로 궤를 짓되 장이 이 규빗 반, 광이 일 규빗 반, 고가 일 규빗 반이 되게 하고
‘조각목’은 애굽 아카시아로도 불리는데, 우리나라에 있는 아카시아와는 다른 것으로, 콩과의 낙엽 교목으로 가지에는 가시가 돋았고 잎은 작은 우상복엽(羽狀複葉: 깃 모양으로 나란히 있는 잎)입니다. 목재는 단단하고 내구성이 있어서 애굽에서는 이 나무가 영생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나무에 옹이가 많고 가늘어서 훌륭한 목재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백향목, 상수리, 잣나무를 귀하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천한 목재가 법궤를 만드는데 사용된 점을 들어 사람에 따라서 천한 모습으로 이 땅에 왔으나 인간 구원의 사명을 완수하신 그리스도의 예표로 보기도 합니다.(사 53:2) 이 나무가 70인 역에는 ‘썩지 않는 나무’로 번역되었는데 그만큼 조각목의 내구성이 강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법궤, 채, 진설병 상, 성막의 널판, 띠, 성소와 지성소를 구분하는 휘장을 고정시키는 기둥, 번제단, 분향단 등이 조각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일 먼저 법궤의 양식이 나오는 이유는, 법궤에는 십계명을 기록한 언약의 돌 판이 보관되어 있어 성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하나님의 궤’(삼하 6:4)라고도 불립니다. 법궤 안에는 십계명을 기록한 두 돌판 외에도 만나를 담은 금 항아리와 아론의 싹 난 지팡이가 들어 있습니다(히 9:4). ‘장이 이 규빗 반’ 일 규빗은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약 45cm입니다. 따라서 법궤는 가로 112.5cm, 세로 67.5cm, 높이 67.5cm의 직육면체로 만들어졌습니다.
11: 너는 정금으로 그것을 싸되 그 안팎을 싸고 윗가로 돌아가며 금테를 두르고
궤의 윗부분을 금테로 둘렀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값비싼 귀금속으로 여기는 금(벧전 1:7; 계3:18)을 얇게 펴서 법궤의 가장자리 안팎에 테두리로 두른 이유는 법궤 안의 성물들이 하나님께서 백성들을 돌보시며 인도하신 증거물로 매우 귀중한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12: 금 고리 넷을 부어 만들어 그 네 발에 달되 이편에 두 고리요 저편에 두 고리며
금 고리는 법궤를 운반할 채(막대)를 끼우기 위해 마련된 고리입니다. 이 금 고리는 법궤 하단 네 모서리에 각각 1개씩 도합 4개가 부착되었습니다. 법궤에 운반용 고리가 부착된 이유는 이 고리에 채를 끼움으로써 하나님의 거룩한 성물에 손을 대지 않고 법궤를 용이하게 운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13,14: 조각목으로 채를 만들고 금으로 싸고, 그 채를 궤 양편 고리에 꿰어서 궤를 메게 하며
법궤 운반을 위한 막대로 금으로 쌌습니다. 이는 법궤의 부속물도 법궤의 일부분으로 하나님의 지극히 거룩한 성물이기 때문입니다. 법궤는 두 사람 혹은 네 사람이 가마를 들고 가는 형식으로 운반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15: 채를 궤의 고리에 꿴 대로 두고 빼어내지 말지며
법궤의 네 고리에 채를 꿰고 나면 다시 빼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이는 궤의 이동시에 궤의 고리조차도 잡을 수 없도록 한 조처입니다. 법궤는 지극히 거룩하기 때문에 부정한 인간의 손이 닿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다윗 시대에 웃사가 법궤를 운반하다 실수록 법궤에 손을 댐으로써 그 자리에 죽임을 당한 기록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삼하 6:6-8).
16: 내가 네게 줄 증거판을 궤 속에 둘지며
법궤를 만든 주목적이 십계명의 두 돌 판을 보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증거판’은 십계명이 적힌 두 돌 판으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맺은 언약의 핵심적이며 근본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으며(34:27,28), 증거판의 내용 자체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바람과 하나님 자신의 속성을 충분히 증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7: 정금으로 속죄소를 만들되 장이 이 규빗 반, 광이 일 규빗 반이 되게 하고
속죄소(카포레트:כפרת)는 덮는다는 뜻입니다. 즉 법궤를 덮는 뚜껑을 말합니다. 이런 뜻으로 미루어 볼 때 공의의 상징인 십계명의 돌 판을 덮고 있는 속죄소는 하나님의 공의와 거룩하심으로 인해 마땅히 저주와 심판을 받아야 할 인간의 죄악을 덮어주시는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총에 대한 예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속죄소는 일명 은혜를 베푸는 자리 즉 시은좌(施恩坐: a mercy-seat)로 불리기도 합니다. 크기는 장이 이 규빗 반, 광이 일 규빗 반으로 가로 112.5cm, 세로 67.5cm입니다.
18-20: 금으로 그룹 둘을 속죄소 두 끝에 쳐서 만들되, 한 그룹은 이 끝에, 한 그룹은 저 끝에 곧 속죄소 두 끝에 속죄소와 한 덩이로 연하게 할지며, 그룹들은 그 날개를 높이 펴서 그 날개로 속죄소를 덮으며 그 얼굴을 서로 대하여 속죄소를 향하게 하고
그룹은 하나님의 구속 사역에서 보좌관 역할을 수행한 천사의 한 부류입니다. 이들의 구체적인 모습은 알 수 없으나 사람과 짐승의 혼합된 형상에 날개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겔 1장, 10장; 사 6:2). 이 그룹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그 날개로 속죄소르 덮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룹은 속죄소와 떨어지지 않게 고정을 시키도록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함을 손상치 않게 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는 천사의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천사는 하나님의 보좌를 둘러서서 하나님을 찬양하고(사 6:2; 계4:8), 또한 하나님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역할(창 19:1; 마 1:20; 요 1:11, 26)을 하는 하나님의 사자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룹은 날개로 속죄소를 덮게 제작하였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속죄소를 보호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그룹 둘이 속죄소의 양끝에서 속죄소의 가운데를 향해 서로 마주보되 그 얼굴은 속죄소를 향해 숙인 상태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1,22: 속죄소를 궤 위에 얹고 내가 네게 줄 증거판을 궤 속에 넣으라. 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고 속죄소 위 곧 증거궤 위에 있는 두 그룹 사이에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내게 명할 모든 일을 네게 이르리라.
십계명의 두 돌 판을 속죄소가 덮고 있게 제작이 되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공의를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이 덮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만이 속죄소의 은총을 입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만나시는 이유는 구원의 은총을 베푸시기 위함인 동시에 대면하시기 위함입니다.
23-25: 너는 조각목으로 상을 만들되 장이 이 규빗, 광이 일 규빗, 고가 일 규빗 반이 되게 하고, 정금으로 싸고 주위에 금테를 두르고 그 사면에 손바닥 넓이만한 턱을 만들고 그 턱 주위에 금으로 테를 만들고
진설병이 놓은 성소 안의 떡 상에 관한 규례입니다. 이 역시 법궤처럼 금으로 도금했으며, 크기는 가로 90cm, 세로 45cm, 높이 67.5cm입니다. 이 떡 상은 분향단 앞의 등대와 마주보도록 배치되었습니다. 이 상 위에는 영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상징하는 생명의 떡, 즉 진설병이 놓여 졌습니다. 이 떡 상 역시 귀한 금으로 장식되었습니다. 떡 상의 가장 자리를 금으로 둘러친 것은 진설병을 진설하다 부주의로 떡 상 위의 그릇이나 기타 기구를 떨어뜨려 떡 상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손바닥 넓이만한 턱’은 떡 상 사면의 가장자리에 붙인 틀로 상위의 떡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 것입니다. 그리고 그 턱의 넓이는 손바닥 넓이만한 크기로 약7-8cm 정도입니다. 이처럼 모든 성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임으로 행여라도 하나님의 거룩함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26-28: 그것을 위하여 금 고리 넷을 만들어 그 네 발 위 네 모퉁이에 달되 턱 곁에 달라. 이는 상 멜 채를 꿸 곳이며, 또 조각목으로 그 채를 만들고 금으로 싸라. 이것으로 멜 것이니라.
떡 상 역시 법궤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부정한 손이 직접 닿지 않도록 채(pole)를 끼워 운반하기 쉽게 네 발 위의 모퉁이에 고리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네 발 위 네 모서리’란 정확히 말하면 떡 상의 네 발 위쪽 끝 모서리 즉 상의 네 다리와 떡 상의 턱이 맞닿는 부위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하여 볼 때 떡 상에 채를 꿰면 떡 상의 몸체는 채 위에 그리고 다리 부분은 채 아래쪽에 놓여 있는 형상이 됩니다. ‘턱 곁에 달라’ 상의 네 다리와 턱(frame)이 맞닿은 지점에 고리를 달라는 뜻입니다. 이 지점이 채를 꿰었을 때 상의 중심이 가장 잘 잡히는 위치였을 것입니다. ‘채를 만들고’ 법궤 등의 성물을 운반하기 위해 만든 채는 그 모양이 모두 동일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성소 안의 성물들(법궤, 떡상, 분향단)과 번제단을 채로 운반한 것은 이 기물들이 모두 하나님의 거룩한 성물로서 부정한 인간이 함부로 손을 대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29: 너는 대접과 숟가락과 병과 붓는 잔을 만들되 정금으로 만들지며
대접은 진설병을 담아 나르거나 보관할 때 쓰는 그릇이며, 숟가락은 분향하는 데 사용되는 접시를 말합니다. 병은 유향을 보관하는 그릇이며, 붓는 잔은 전제 등과 같은 제사에서 포도주를 따르는 데 사용되는 그릇으로 보입니다(민 4:7).
30: 상 위에 진설병을 두어 항상 내 앞에 있게 할지니라.
진설병은 ‘얼굴 앞에 놓인 떡’입니다. 이는 진설병이 여호와의 면전에서 드리는 떡이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제사장들은 안식일마다 6개씩 두 줄 즉 12개의 떡을 진설했으며(레 24:5-8) 매주 새 떡으로 갈아야 합니다. 이 열두 개의 떡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상징합니다. 진설병의 의미는 ❶ 땅을 복주사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감사의 표시입니다. ❷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함께 먹는다는 친교의 표시입니다. ❸ 영혼의 양식인 하나님의 말씀을 상징합니다. ❹ 생명의 떡이신 그리스도의 예표이기도 합니다(요 6:32-35, 51). 구약의 제사장들은 매주 새 떡을 진설하면서 묵은 떡을 먹었은데 이는 그리스도 안에서 제사장의 직책을 부여 받은 신약의 성도 역시 항상 생명의 떡이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영적인 교제가 이루어져야 함을 교훈합니다(요 6:55, 56).
31-33: 너는 정금으로 등대를 쳐서 만들되 그 밑판과 줄기와 잔과 꽃받침과 꽃을 한 덩이로 연하게 하고, 가지 여섯을 등대 곁에서 나오게 하되 그 세 가지는 이편으로 나오고 그 세 가지는 저편으로 나오게 하며, 이편 가지에 살구꽃 형상의 잔 셋과 꽃받침과 꽃이 있게 하고 저편 가지에도 살구꽃 형상의 잔 셋과 꽃받침과 꽃이 있게 하여 등대에서 나온 여섯 가지를 같게 할지며
31-40절은 등대에 관한 규례입니다. 이 등대는 일곱 개의 가지를 이루고 있었으며 밤부터 동틀 때까지 성소의 어둠을 밝히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밑판은 등대를 받쳐주는 최하단의 받침이며, 줄기는 등대의 한 가운데에 곧게 뻗어있는 지주(支柱)를 말합니다. 이 줄기는 양 옆으로 세 가지씩 뻗어서 일곱 가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잔은 각 줄기에 붙어 있는 살구꽃 형상의 장신구인데 각 줄기마다 3개씩, 중앙 줄기에는 4개로 도합 22개입니다. 꽃은 잔에 새겨진 장식이며 꽃받침 역시 잔에 새겨진 꽃을 감싸고 있는 장식입니다. 하나의 등대 줄기에 좌우 대칭으로 세 가지씩 뻗어나가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등대는 모두 일곱 개의 등잔불을 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등대는 가운데 줄기를 중심으로 좌우 각 3개씩 가지가 대칭을 이루게 하여 좌우 6개의 가지 하나마다에 각 3개의 살구꽃 형상으로 된 장신구를 부착하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등대의 여섯 가지에는 모두 18개의 잔이 부착되게 됩니다. 등대의 줄기에는 여섯 가지와는 달리 4개의 잔이 부착됩니다. 그래서 등대에는 모두 7가지에 22개의 잔이 살구꽃 형상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 잔은 등대의 일곱 가지(하나의 줄기를 포함) 상단에 달려 있는 등불을 밝힐 수 있는 등잔과는 달리 하나의 장식품입니다. ‘살구꽃 형상의 잔 셋’ 좌우 대칭으로 뻗은 등대의 여섯 줄기에 각 줄기마다 살구꽃 형상의 잔 셋이 달려 있다는 말입니다. 살구꽃에는 ‘경계하다, 깨우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따라서 등대의 잔에 살구꽃 무늬가 새겨졌다 함은 기도를 상징하는 등불을 켤 때마다 이 살구꽃 무늬를 보면서 항상 신앙을 돌이켜 보며 경성하고 각성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4: 등대 줄기에는 살구꽃 형상의 잔 넷과 꽃받침과 꽃이 있게 하고
등대 줄기는 등잔의 밑판과 연결되어 좌우 3개씩 도합 6개의 가지를 고정시켜 주는 등대의 중심가지입니다. 이 하나의 줄기를 포함하여 등대는 모두 7개의 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살구꽃 형상의 잔 넷은 등대의 중앙 줄기에는 좌우의 여섯 가지와는 달리 특별히 네 개의 잔이 달려 있습니다. 꽃받침과 꽃에서 꽃은 등대의 줄기와 여섯 가지에 부착된 잔에 새겨진 형상을 그리고 꽃받침은 이 잔을 감싸고 있는 받침을 가리킵니다.
35,36: 등대에서 나온 여섯 가지를 위하여 꽃받침이 있게 하되 두 가지 아래 한 꽃받침이 있어 줄기와 연하게 하며 또 두 가지 아래 한 꽃받침이 있어 줄기와 연하게 하며 또 두 가지 아래 한 꽃받침이 있어 줄기와 연하게 하고, 그 꽃받침과 가지를 줄기와 연하게 하여 전부를 정금으로 쳐 만들고
이는 중앙 줄기에서 좌우로 두 가지가 뻗어나갈 때 두 가지의 뿌리가 맞닿은 곳에 꽃받침을 만들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등대의 중심을 제외한 좌우 3쌍의 가지가 등대의 줄기를 중심으로 완전한 좌우 대칭형임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줄기와 좌우 각 3개의 가지가 맞닿는 지점에 부착된 꽃받침은 결국 줄기에 부착된 4개의 잔을 감싸는 꽃받침과 일치함을 알 수 있습니다. ‘꽃받침과 가지를 줄기와 연하게’ 이는 줄기에 있는 4개의 잔을 감싸는 4개의 꽃받침 중 상단의 하나를 제외한 3개의 꽃받침을 중심으로 하여 좌우 3개의 가지가 대칭을 이루고 있음을 말해 줍니다.
37: 등잔 일곱을 만들어 그 위에 두어 앞을 비추게 하며
여기에서 등잔은 31절의 ‘잔’과 다릅니다. 이 등잔은 중앙 줄기 위에와 좌우 대칭으로 뻗은 여섯 가지 위에 하나씩 설치된 도합 7개의 등잔을 일컫습니다. 일곱 등잔은 빛과 진리가 되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깨닫게 하는 ‘하나님의 영’ 즉 성령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을 비추게 하며’ 이 등대가 성소 안을 온전히 환하게 비추었음은 물론입니다. 따라서 이 등대는 세상의 빛과 진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38,39: 그 불집게와 불똥 그릇도 정금으로 만들지니, 등대와 이 모든 기구를 정금 한 달란트로 만들되
불집게는 등잔의 다 탄 심지를 자르는 가위(왕상 7:49), ‘불똥 그릇’은 타고 남은 심지를 모아 두는 그릇(25:38; 민 4:9)을 말합니다. 이 기구들은 등잔을 청소할 때 사용되었는데 이때는 등대의 가지 위에서 등잔을 들어내려야 합니다. 한편 이 기구들이 정금으로 만들어진 것은 금이 열에도 잘 견딜 뿐만 아니라 원래의 모양과 색깔을 유지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등대와 그에 부속된 성물 전부를 만드는 데 드는 금의 양이 한 달란트입니다. 1달란트는 3,000세겔, 즉 약 34kg입니다.
40: 너는 삼가 이 산에서 네게 보인 식양대로 할지니라.
‘식양’은 모델 혹은 모형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성소의 양식이 인간의 고안품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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