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제22장 강해 - 손해 배상 및 사회 보장법
법에는 법 정신과 그 정신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항이 있습니다. 그래서 법률이라고 할 때에는 법은 정신을, 율은 구체적 조항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구약 율법에서도 도덕법과 시민법, 의식법을 무론하고 세부 조항 뒤에 있는 법 정신을 살펴볼 줄 알아야 합니다. 구약 율법이나 신약의 복음은 모두 우주를 창조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시며 우리가 선하게 살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의 뜻을 구속사의 각 시대에 맞추어 규정해 주신 것입니다.
본 장에서는 1-15절까지는 손해 배상의 법, 16,17절은 결혼 빙자 간음 사건의 처리 규정, 18-20절은 사교, 변태성욕자, 우상숭배자 등에 대한 사형 규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21-27절은 약자들을 위한 사회보장법, 28-31절은 신정 국가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 의식 규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1-15: 손해 보상에 관한 법입니다. 제8계명에 기초한 제 규정들이 제시되는데, 주로 이웃의 재산권에 침해를 가한 경우 어떻게 배상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입니다. 이웃의 재물을 도적질한 경우(1-4), 가축의 관리 소홀, 화재 등으로 이웃의 재산에 피해를 준 경우(5,6), 맡겨놓은 물건에 피해를 준 경우(7-13), 빌어 온 물건에 피해를 준 경우 등에 대한 조처법입니다. 이는 공의의 법에 입각한 사회 질서유지와 상호신뢰 및 공동체의 안정을 이루게 하시려는 의도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택한 백성들의 삶에 얼마나 세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가를 엿볼 수 있습니다.
1: 사람이 소나 양을 도적질하여 잡거나 팔면 그는 소 하나에 소 다섯으로 갚고 양 하나에 양 넷으로 갚을지니라.
도적질을 금한 제8계명의 세부 사항에 대한 율례입니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의 주요 재산은 소나나 양 등의 가축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축의 절도는 가장 발생하기 쉬운 범죄였습니다. 이 경우 절도범은 훔친 물건의 4배 내지 5배를 변상해야 했습니다. 율법이 도적질을 심각한 중범죄로 규정한 이유는 절도가 신성한 노동의 의무를 저버리고 불로 소득을 얻으려는 악한 생각에 기인하기 때문입니다(창 3:19). 소에 대한 배상 율이 양보다 높은 이유는 첫째 소의 도둑질이 양을 훔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대담성이 요구되며, 둘째 소가 그 주인에게 제공하는 노역의 몫까지 함께 훔친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2: 도적이 뚫고 들어옴을 보고 그를 쳐 죽이면 피 흘린 죄가 없으나
아무런 개인적 원한 없이 단순히 밤에 침입한 도적을 물리치기 위하여 그를 살해하였을 경우의 율례입니다. 이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성립되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밤에 가정으로 침입한 도적은 주인의 물건이나 신체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다분했기 때문에 그를 방어하려다가 저지른 살인은 저당방위로 인정되었습니다. ‘피 흘린’이라는 살인 행위에 대한 완곡한 표현입니다. ‘뚫고 들어옴’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 생활 당시나 구약 시대 초기의 천막에서, 그리고 그 이후 흙으로 지은 토담집에서 거주하였습니다. 따라서 천막을 찢거나 담의 한쪽을 허무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3,4: 해 돋은 후이면 피 흘린 죄가 있으리라 도적은 반드시 배상할 것이나 배상할 것이 없으면 그 몸을 팔아 그 도적질한 것을 배상할 것이요, 도적질한 것이 살아 그 손에 있으면 소나 나귀나 양을 무론하고 갑절을 배상할지니라.
낮에 도적이 침입한 경우의 경우에, 침입한 도적을 죽였을 때에 죄책을 물은 것은 첫째 그 도적이 일단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고 볼 수 있으며, 둘째 날이 밝으므로 이웃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고 과잉방어로 규정 되었습니다. 이는 아무리 악인이라도 그 생명은 존엄하기 때문에 함부로 줄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절도범이 장물을 이미 처분하였고, 갚을 능력이 없을 경우에는 그는 자신의 몸을 종으로 팔아서라도 배상해야 합니다. 이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최후의 피해 보상 수단이며, 절도범에게는 노동의 깊은 의미를 깨닫게 하는 수단입니다. 만일 도적질한 것을 팔아 없애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을 경우 그 형량은 훨씬 가벼웠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도적질이 계획적인 범죄가 아닐 가능성이 크며, 둘째 범죄의 의도가 덜 악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 경우 두 배로 보상하도록 한 것은 남의 것을 탐하는 자는 그만큼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5: 사람이 밭에서나 포도원에서 먹이다가 그 짐승을 놓아서 남의 밭에서 먹게 하면 자기 밭의 제일 좋은 것과 자기 포도원의 제일 좋은 것으로 배상할지니라.
자기 짐승이 남의 밭 농작물을 먹게 되었을 경우의 배상법입니다. 이 경우는 자의든 타의든 간에 반드시 배상해야 합니다. 배상량은 피해를 입힌 양과 동일하지만, 단 자기 밭의 제일 좋은 것으로 갚아야 합니다. 이는 피해를 입은 이웃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갖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물질적 손해뿐만 아니라 사죄와 사랑의 마음이 담긴 손해 배상을 하도록 명하셨습니다.
6: 불이 나서 가시나무에 미쳐 낟가리나 거두지 못한 곡식이나 전원을 태우면 불 놓은 자가 반드시 배상할지니라.
다음 해의 농사에 대비하기 위해 밭을 태우다 남의 곡식 단에 불을 냈을 경우의 배상법입니다. 밭에 불을 내는 자는 조금만 부주의해도 이우 밭의 미처 거두지 못한 곡식 단에 큰 피해를 줄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럴 때에 피해를 가한 자는 반드시 배상을 해야 합니다. 이는 고의나 악의가 아니라 부주의로 발생한 사건이라도 처벌을 받게 됩니다. ‘가시나무’는 밭이나 과수원의 경계를 삼기 위해 그 주변에 둘러쳐진 울타리용 나무로 보입니다.
7,8: 사람이 돈이나 물품을 이웃에게 맡겨 지키게 하였다가 그 이웃의 집에서 봉적하였는데 그 도적이 잡히면 갑절을 배상할 것이요, 도적이 잡히지 아니하면 그 집 주인이 재판장 앞에 가서 자기가 그 이웃의 물품에 손 댄 여부의 조사를 받을 것이며
‘봉적’ 도적을 만나 물품을 잃은 것을 뜻합니다. 이럴 때에 도적이 잡히면 갑절을 배상해야 합니다. 주인은 소나 양 등 가축을 위탁한 듯하며, 또한 도둑은 이를 팔거나 잡지 않은 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탁한 물건이 도난을 당했고 또 도적이 잡히지 않았을 경우에는, 물건의 보관자에게 1차 혐의가 씌워지는 것은 당연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 위탁 받은 자는 재판장 앞에 가서 판결을 받고 혐의를 벗어야 했습니다. 대개의 경우 위탁 받은 자는 여호와의 이름으로 물건을 결코 빼돌리지 않았다고 맹세하는 방법(11절)으로 사건을 일단락 했습니다.
9: 어떠한 과실에든지 소에든지 나귀에든지 양에든지 의복에든지 또는 아무 잃은 물건에든지 그것에 대하여 혹이 이르기를 이것이 그것이라 하면 두 편이 재판장 앞에 나아갈 것이요 재판장이 죄 있다고 하는 자가 그 상대편에게 갑절을 배상할지니라.
위탁자가 위받 받은 자의 재산 중 일부를 자기 것이라 하여 분쟁이 생긴 경우를 말합니다. 이 경우에는 재판장 앞에 나가서 시비를 가려야 했습니다. 이때 위탁자가 승소하면 위탁 받은 자는 당연히 피해에 대해 갑절을 배상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만약 위탁자가 패소하면 이는 결과적으로 무고한 것이기 때문에 무고죄에 대한 책임으로 위탁 받은 자에게 갑절을 배상해야 했습니다. 무고죄는 상대방에게 정신적 타격을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0,11: 사람이 나귀나 소나 양이나 다른 짐승을 이웃에게 맡겨 지키게 하였다가 죽거나 상하거나 물려 가도 본 사람이 없으면, 두 사람 사이에 맡은 자가 이웃의 것에 손을 대지 아니하였다고 여호와로 맹세할 것이요 그 임자는 그대로 믿을 것이며 그 사람은 배상하지 아니하려니와
위탁받은 짐승은 병이나 추락 사고로 죽거나 아니면 맹수를 만나 상할 수도 있고 도적질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의 배상법입니다. 이런 사고가 위탁 받은 자의 부주의와 태만으로 발생한 것이라면 이는 마땅히 위탁 받은 자가 배상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짐승의 본래 임자가 그 손해를 감수해야 되었습니다. 단 위탁받은 자는 자기가 이 사고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여호와 앞에 맹세해야 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여호와에 대한 거짓 맹세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유일신 신앙이 굳건하였고, 맹세는 하나님이 증인되시는 것을 상징했기 때문에, 맹세의 서약은 다른 어떤 증거보다 더 확실한 보증이 되었습니다.
12,13: 만일 자기에게서 봉적하였으면 임자에게 배상할 것이며, 만일 찢겼으면 그것을 가져다가 증거할 것이요 그 찢긴 것에 대하여 배상하지 않을지니라.
짐승이 위탁받은 자의 집이나 외양간에서 도난당하였다면 위탁 받은 자는 그 임자에게 배상해야 합니다. 이 경우는 관리 소홀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위탁 받은 짐승이 맹수에 의해 찢겼거나 또는 물려 죽었다는 증거가 있으면 위탁 받은 자는 재판관이나 짐승의 임자에게 그것을 증거로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우 위탁 받은 자는 배상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14,15: 만일 이웃에게 빌어 온 것이 그 임자가 함께 있지 아니할 때에 상하거나 죽으면 반드시 배상하려니와, 그 임자가 그것과 함께 하였으면 배상하지 않을지며 세 낸 것도 세를 위하여 왔은즉 배상하지 않을지니라.
빌려 온 가축이 주인이 없을 때 맹수나 추락하고 등으로 죽거나 다쳤다면 반드시 배상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고 발생시 주인이 함께 있었다면 배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사고의 일차적인 책임은 주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이 법은 남의 물건도 내 것 같은 마음으로 아끼고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교훈합니다. 빌리는 자가 임대료를 지불한 물건이나 짐승의 경우에는 상하거나 죽더라도 배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임대료 속에 빌려준 것에 대하여 예상되는 손실부담금까지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빌린 물건과 임대료 간의 금액 차이가 너무 현격할 경우에는 어느 정도 조정하여 분쟁을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 관례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16-20: 영적, 육적 문란에 관한 법입니다. 처녀의 순결을 더럽힌 경우, 여호와 신앙의 순수성을 변질시키는 무당이나 우상숭배 등의 관한 법과 짐승과의 성교에 대한 처벌법입니다.
16,17: 사람이 정혼하지 아니한 처녀를 꾀어 동침하였으면 빙폐를 드려 아내로 삼을 것이요, 만일 그 아비가 그로 그에게 주기를 거절하면 그는 처녀에게 빙폐하는 일례로 돈을 낼지니라.
처녀와 동침한 자에 대한 규례입니다. 남자는 그 처녀를 아내로 맞이하여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예외 규정이 있습니다. 첫째 그 처녀가 정혼했을 경우입니다. 이때는 남녀 둘 다 돌로 쳐 죽여야 했습니다(신 22:23-29). 둘째 처녀의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할 경우입니다. 이때 결혼은 성립되지 않으며 남자는 그 처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배상을 해야 합니다. ‘빙폐’는 일종의 결혼지참금입니다. 즉 정혼하지 않은 여자와 동침하였고 또 후에 여자의 아버지가 혼인을 승낙하면 남자는 빙폐를 주고 그 여자를 아내로 삼아야 합니다. 빙폐는 남자가 죽은 뒤에 여자의 생계비로 사용된 듯하며, 빙폐는 일반적으로 은 50세겔이었습니다(신 22:29).
정혼하지 않은 여자와 동침한 자가 여자 부모의 결혼 승낙을 얻지 못한 경우, 딸의 순결을 상실한 것은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재산권 침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따라서 만일 여자의 아버지가 남자를 딸의 남편감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혼인은 성립되지 않았으며, 남자는 처녀 아버지에게 입힌 피해를 배상하는 의미에서 결혼지참금에 해당하는 정도의 돈을 지불해야만 했습니다.
19: 짐승과 행음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
수간자에 대한 처벌 규정입니다(레 18:23;20:15,16;신 27:21). 수간자를 사형으로 엄하게 다스린 이유는 첫째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을 격하시키며, 둘째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주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좇아 정결하게 살아야 함을 교훈합니다(레 19:2;20:7). 이 수간은 동물을 신성시하여 신격화시켰던 애굽인들이 제사 시에 행한 중요 의식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20: 여호와 외에 다른 신에게 희생을 드리는 자는 멸할지니라.
제 일 계명의 보충 규례입니다. 이방신에게 희생 제물을 드린다는 것은 여호와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모독이며 반역입니다.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는 마땅히 죽음으로 다스려져야 했습니다. 한편 고대 사회의 경우 우상숭배는 거의 종교적 형태를 띠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물질 숭배, 권력의 추구 및 과학 기술의 맹신 등 새로운 형태로 발전되었습니다. 성도들은 행여나 하나님 이외의 것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함으로 하나님을 부정하는 현대판 우상숭배자들이 아닌지 스스로 돌이켜 보아야 하겠습니다.
21-31: 약자 보호 및 종교상의 의무 조항입니다. 하나님과의 교제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법률입니다. 이웃의 도움으로써만 살아갈 수 있는 연약한 자들의 보호 규정과 하나님의 선민이 된 이스라엘 백성이라면 당연히 지켜야만 될 종교적 의무들입니다.
21: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이었었음이니라.
21절부터 27절까지는 소외 계층에 있는 자, 즉 나그네, 과부, 고아 등을 보호하기 위한 법입니다. ‘나그네’란 단순히 지나가던 길손이 아니라 외국인으로서 히브리 사회에 체류하게 된 사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들 이방인들은 토착민이 아니므로 혈연 및 지연 관계도 없고 법적인 신분 조장도 불확실하였습니다. 그래서 율법은 히브리 민족 뿐 아니라 이들에게까지 친절을 베풀고 억압하지 말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23:9; 레 19:33). 그러나 자국에 거주하는 이방인이 단순한 놀림거리요, 수탈의 대상이었던 당시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이방인 보호규정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법이었습니다. 이런 사실 하나만 보아도 히브리법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 평등하다는 만민평등사상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을 가진 매우 고차원적인 율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법은 기독교의 이웃 사랑에 대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민족도 애굽에서 종살이를 했다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희 가운데 있는 나그네를 서럽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22-24: 너는 과부나 고아를 해롭게 하지 말라. 네가 만일 그들을 해롭게 하므로 그들이 내게 부르짖으면 내가 반드시 그 부르짖음을 들을지라. 나의 노가 맹렬하므로 내가 칼로 너희를 죽이리니 너희 아내는 과부가 되고 너희 자녀는 고아가 되리라.
고아와 과부는 힘없고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계층의 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규례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소외계층에 있는 자를 해롭게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면에는 사회나 국가적 차원에서 소외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보다 적극적 권고도 담겨 있습니다. 이런 소회계층의 보호 규정은 오늘날 구제 활동이 단순한 개인적 자선 사업 활동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적인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인간들을 사랑하시고 모두가 구원에 이르기를 원하십니다(딤전 2:4). 그러나 하나님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게 우선적으로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하나님은 소외 된 자들의 간절한 부르짖음에 신속히 응답하시며, 반면 비천한 자를 압제하는 사악한 자를 진노 가운데 철저히 응징하십니다. 이들에 대한 구제를 참 신앙의 척도로 판단한 야고보의 가르침만 보아도 이런 사실은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약 1:27). 소외계층을 해하는 자는 철저하게 응징하시는데, 그런 자가 응징을 받아 죽게 되면 그 아내는 과부가 되고 그 자녀들은 고아가 되는 것입니다.
25: 네가 만일 너와 함께 한 나의 백성 중 가난한 자에게 돈을 꾸이거든 너는 그에게 채주 같이 하지 말며 변리를 받지 말 것이며
‘채주’에 해당되는 히브리어 어근에는 ‘수탈하다, 강요하다, 고리를 물게 하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채주란 말은 높은 이윤을 책정하여 채무자를 수탈하는 자라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성경에서 채주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행악자의 한 사람으로 간주됩니다. 실제로 채주는 유대사회에서 합법을 가장하여 불법적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자들을 수탈하였습니다. ‘변리를 받지 말 것’ 변리는 이자입니다. 성경은 가난한 자에게 이자를 받는 행위를 엄격히 금하셨습니다. 심지어는 변리 받는 않는 행위를 의인의 덕목 가운데 하나로 여겼습니다.(시 15:5; 겔 18:8). 반면 이방인들로부터 변리를 받는 행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인정합니다(신 23:20). 가난한 자에 대한 변리는 상대적으로 압제나 착취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금지되었지만, 상거래를 통한 변리는 이윤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허용이 된 듯합니다.
26,27: 네가 만일 이웃의 옷을 전당잡거든 해가 지기 전에 그 에게 돌려보내라. 그 몸을 가릴 것이 이뿐이라. 이는 그 살의 옷인즉 그가 무엇을 입고 자겠느냐. 그가 내게 부르짖으면 내가 들으리니 나는 자비한 자임이니라.
팔레스틴 지역은 일교차가 커서 밤에는 매우 춥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자들은 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자기의 외투로 모포를 대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따라서 밤에는 이불 역할을 했던 그 옷을 저당 잡혔다는 말은 그들이 극빈자임을 뜻합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해가 지고 한 밤의 추위가 오기 전에 전당 잡은 옷을 돌려주라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기본적인 삶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교훈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맷돌의 위짝을 전당잡았을 경우에도 그 저당물은 해지기 전에 전당 맡긴 자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신 24:6). ‘살의 옷’ 살갗을 가리는데 사용되는 옷을 말합니다. 추위나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의복입니다. 낮에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밤에는 추위를 피하는 역할을 하는 겉옷입니다. 전당 잡힌자가 하나님께 호소하게 되면 하나님께서는 그 호소를 들으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압제당하는 자들의 보수(報讎)자가 되시며 억울함을 당하는 자의 신원(伸寃)자가 되며 변호인이 되시는 분이십니다. ‘나는 자비한 자임이니라.’ 성도는 가난하고 연약한 이웃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또한 이를 실천하는 것이 자비하신 하나님의 품성을 닮아가는 길임을 가르칩니다.
28: 너는 재판장을 욕하지 말며 백성의 유사를 저주하지 말지니라.
재판장(אלהים)으로 신, 혹은 하나님을 뜻합니다. 여기에서 가난한 자의 보호법에 이어 하나님을 욕되게 하지 말라는 규례가 언급되는 이유는 가난한 자를 억압하고 하나님의 율례를 거역하는 행위는 결국 하나님을 욕하는 신성모독 행위와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사’(나쉬:נשׁיא)는 ‘올려진 자’라는 뜻으로 왕이나, 족장, 가장 등 지도적 인물을 가리킵니다.
29: 너는 너의 추수한 것과 너의 짜낸 즙을 드리기에 더디게 말지며 너의 처음 난 아들들을 내게 줄지며
추수한 것은 밭에서 수확한 곡물을 말하고, 짜낸 즙은 과수원에서 수확한 열매를 가리킵니다. 땅의 모든 소출을 일컫는 히브리인들의 표현입니다. ‘더디게 말지며’ 첫 수확을 하나님께 드리는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규례입니다. 이는 추수한 것과 짜낸 즙의 봉헌 시 마지못해 바치거나 봉헌을 미루는 태도에 대한 엄중한 경고입니다. ‘처음 난 아들들을 내게 줄지며’ 이는 출애굽 시 유월절 규례에서 제정된 장자 성별의 의무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장자 성별의 규례를 통해 출애굽 당시 구원 사건을 상시키십니다. 하나님은 그들의 하나님이 되시며 또한 이스라엘은 다인의 백성임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여 이들이 당신의 율례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교훈하기 위함입니다.
30: 너의 소와 양도 그 일례로 하되 칠일 동안 어미와 함께 있게 하다가 팔 일만에 내게 줄지니라.
사람이나 짐승을 막론하고 모든 동물은 태어난 지 일주일이 경과해야 나름대로의 면역성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짐승의 초태생을 1주간의 수유 기간이 경과한 뒤 바칠 것을 명령하셨습니다(레 22:27).
31: 너희는 내게 거룩한 사람이 될지니 들에서 짐승에게 찢긴 것의 고기를 먹지 말고 개에게 던질지니라.
‘거룩한’(카다쉬:קדשׁ)는 ‘분리하다, 깨끗케 하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본 절의 뜻은 ‘속된 셋ㅇ의 풍습에서 벗어나 성결한 사람이 되라’는 뜻입니다. 성도를 세상에서 불러내어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신 것도 당신의 거룩하심을 좇아 거룩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스라엘 율법의 핵심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성결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fp 11;44,45; 19:2; 20:7,26). 뿐만 아니라 성결한 삶은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총으로 하나님 앞에서 택함을 받은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이요, 거룩한 백성으로서 이 땅에서 추구해야 할 최대의 과제입니다(벧전 1:16). ‘찢긴 거의 고기를 먹지 말고’ 들에서 야생 동물에게 찢긴 짐승의 고기는 율례 상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짐승이 찢기면서 흘린 피가 고깃덩이 속에 그대로 엉켜 있을 것이며(창 9:4), 둘째 그 고기를 찢은 육식 짐승이 정결 율례 상 부정한 짐승으로 규정 되었을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백성은 이 부정한 고기를 금함으로써 자신의 몸을 거룩하게 구분하여야 합니다. 사소한 일에서부터 자신을 성별하고 절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오늘날 자신의 몸을 속된 일에 스스럼없이 내던지기를 주저하지 않는 현대의 신앙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개에게 던질지니라.’ 부정한 고기가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입니다. 개는 사람이나 동물의 시신까지도 닥치는 대로 먹는 부정한 짐승이었기 때문에 들에서 야생 짐승에게 찌겨 죽은 가축의 고기를 먹는다 해도 정결 율례 상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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