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 도란

후안무치[厚顔無恥]

chukang 2014. 4. 3. 20:58

오늘은 고모님 댁에 있는 화분 몇 개를 가져 오려고 마침 오신 당고숙님과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집 옆이 바로 선산인데, 그곳에서 남녀가 쇼핑할 때에 사용하는 봉투를 들고 내려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틀 전에는 다른 동네에 사는 여자분이 혹시나 취나물이 나왔는가 보려고 산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이곳은 개인 소유의 산이니 함부로 채취를 하면 안 됩니다."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 산에서 내려오는 분들은 봉투가 세개나 되었습니다. 

여자분이 들고 있는 봉투에는 새로 나오는 두릅 싹과 엄나무 싹과 제피나무 싹이 있었고,

남자분이 들고 있는 봉투에는 머위 싹이 들어 있었습니다.

작년에도 저는 하나도 채취를 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는 매실도 몽땅 남들이 다 따가고 없었습니다.

오늘은 작정을 하고 다시는 남의 산에 와서 함부로 채취하는 행위를 못하게 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세워 놓고 '이 산이 누구 것입니까?  남의 산에 있는 임산물은 함부로 채취하면 안 됩니다.

내 것이 아니면 남의 것이요, 남의 것을 함부로 채위하는 것은 도둑질입니다.'

'채취한 것을 다 쏟아놓고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경찰에 신고를 할까요?'

몇번이나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너무나 뻔뻔합니다.

나이 타령만합니다.  나이든 사람이 좀 땄기로 서니 그러면 되느냐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칩니다.

자신들이 잘못하면 상대방이 자신들보다 젊다고, 젊은 사람이 왜 그러냐고 말합니다.

저는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그냥 겁만 주고 다시는 오지 못하게 하려고 했는데,

그 생각이 빗나가고 만 것입니다.

또 다시 물었습니다.

'봉투에 든 것을 쏟아 놓고 가시렵니까? 아니면 경찰에 신고할까요?

5차례나 물었지만, 이분들은 막무가내입니다.

이렇게 딴 것을 왜 쏟아놓고 가냐는 것입니다.

쏟아놓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

다시 담아 가지고 가시라고 말하고,

다시는 남의 산에 함부로 와서 불법채취하지 마세요 하고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신고를 하라고 합니다.

이제는 제가 신고를 안 하면 오히려 제가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할 수 없이 신고를 했습니다.

이분들은 경찰관 앞에서도 떳떳했습니다.

경찰관들이 남의 산에서 불법 채취하면 그것은 도둑질이라고 말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저는 주님께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말씀이 생각이 나서

내 자신도 죄가 있기 때문에 그냥 보내려고 하는데 그것 마저도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갑자기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자신이 다리가 아파서 운동하러 산에 올라갔다 그냥 눈에 띄어서 따왔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냥 더 이상 말씨름을 하기 싫어서 그냥 다 담아서 가져가시라고 했습니다. 

경찰관들에게도 그냥 좋게 마무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일단락이 되었는데,

남자분이 하는 말씀이 "내가 교장 선생님"이었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이 말씀에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교장 선생님 출신이 부인과 함께 도둑질을 한 것입니다.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 자신이 교장 출신인 것이 탄로날까봐 전전긍긍하고 빨리 마무리하고

도망하듯이 그자리를 피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제자중에서 경찰 간부 아무개 아무개 하면서 들먹입니다.

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사람이네요.

이럴 때에 사용하는 말이 바로 '후안무치'입니다.

후안무치라는 말은 낯가죽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 모름을 일컫는 말입니다.
저는 이 일 때문에 저녁 9시까지 식사도 하지 못했습니다.

내 자신을 돌아보면서 회개하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제 자신이 남을 용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부끄러운 제 영혼의 모습을 드러내고 만 것 같네요.